[연극리뷰] ‘그놈이 그놈’

[연극리뷰] ‘그놈이 그놈’

입력 2010-07-19 00:00
수정 2010-07-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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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6명 모두 1인3역… 2% 부족한 풍자음악극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풍자음악극 ‘그 놈이 그 놈’(임도완 연출,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제작)은 경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목 그대로 ‘그 놈이 그놈’이라서다. 이유는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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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배우 모두가 1인 3역을 소화해낸다. 덕분에 출연 배우는 6명인데 극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은 19명이다. 아예 극 도입부부터 모든 배우들이 총출동해 1인 3역의 변신을 한 번씩 선보인다. 이건 누가 누구인지 맞혀보라는, 일종의 치매 테스트다. 그 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모든 배우들이 바삐 오가며 무대 위에 설치된 기둥을 통과하는 즉시 스~윽 변신해 버리는 방식으로 3개의 역할을 소화해낸다. 인물이 바뀌면서 표정과 행동 등 세세한 디테일을 그 즉시 맞춰나가는 게 보통 아니다. 철저한 계산과 연습의 힘이다. 특히 치매 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 김다희(사진 가운데)의 연기가 좋다.

다른 이유는 말 그대로 정말 ‘그 놈이 그 놈’이라서다. 모든 장치들이 이런 은유를 품고 있다. 극의 배경은 파라다이스 모텔, 그러니까 하필이면 천국이다. 이 천국에 숨어든 사람은 연쇄살인범이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뒤쫓아온 형사가 곧 들이닥친다. 그런데 경찰서장과 연쇄살인범은 친구 사이다. 때마침 국회의원과 톱스타 여배우가 밀회를 즐기기 위해 이 모텔을 찾게 되고, 스캔들을 노린 기자들이 곧 이어서 모텔로 잠입한다. 스캔들을 막기 위해 나타난 해결사가 돈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들 간 관계가 얽히고 설키기 시작하면서 ‘그 놈이 그 놈’인 판이 벌어진다.

그러나 풍자음악극이라는 명칭까지 부여하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인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비판적인 메시지는 연쇄살인범, 여자 톱스타와 바람난 국회의원, 춤바람 제비, 돈 많은 부동산 부자 등과 같은 전형적인 인물들 때문에 산뜻하기보다 시들한 느낌을 준다.

‘국회의원-연쇄살인범’ 짝을 한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나 스캔들을 뒤쫓는 기자를 백 기자(벗기자)와 주 기자(죽이자)로 설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배우들은 중간중간 스탠드 마이크를 통해 노래를 부르는데, 발빠른 변신을 뒷받침하는 연기에 비해 노래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 놈이 그 놈’이란 차가운 냉소가 가슴을 찔러야 하는데 그런 대목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공연 마지막, 빠른 변신의 비밀을 공개하는 장면은 꼭 챙겨 볼 만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7-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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