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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한국사회 ‘代案’에 목말라 있다”

장하준 교수 “한국사회 ‘代案’에 목말라 있다”

입력 2011-01-11 00:00
업데이트 2011-01-1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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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치킨 논란은 복지 부재의 문제..아이들에게서 영감 얻기도”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열풍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 9곳에서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장하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을 펴낸 출판사 부키에 따르면 작년 11월4일 출간된 이 책은 이달 10일까지 두 달여 만에 30만 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장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에 대해 “한국 사회가 대안(代案)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책들도 상당히 쉽게 썼지만, 이번 책은 더 친근하게 썼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경제학 책이 8주 동안 1위를 한 것에 대한 설명이 안 됩니다. 한국 사회가 뭔가 대안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장 교수는 또 “독자 반응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 “검색해보면 블로그에 이 책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지금까지는 언론과 인터뷰하면 경제 얘기만 했는데 이제 제 개인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 경제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책에는 장 교수의 아들 이야기도 등장한다.

 딸, 아들 남매를 둔 장 교수는 “탈산업화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중국에서 안 만드는 물건이 있느냐’는 아들의 질문이었다”면서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처럼 어른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꿰뚫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다”고 소개했다.

 정치권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복지 사회 논쟁에 대해서는 “복지 논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기뻤다”면서 “2004-2005년 정승일 박사와 함께 대담집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에서 복지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때는 대부분의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취지는 좋은데 우리나라가 복지를 할 처지가 되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통큰 치킨 논란’도 “복지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통큰 치킨은 언뜻 보면 재벌 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체들 간 싸움처럼 보이지만 더 크게 보면 복지 부재, 고용 불안과 얽혀 있는 문제”라면서 “한국 등은 냉전구도에 갇혀 사회 복지를 제대로 못 하고, 시장 규제를 통해 소상공인, 소농을 보호해 사회 평등을 유지해 왔는데 이제 그 구조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복지 국가를 만들면 통큰 치킨 문제를 일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일정한 자유를 주되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위해 복지 제도를 잘 만들면 통큰 치킨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 증시의 과열 조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장 교수는 “주가가 2천을 넘었는데 단순히 한국 경제가 잘돼서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떠도는 투기성 유동자금 때문”이라면서 “선진국들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돈을 풀고 있는데 선진국에서 수익률이 낮으니 후진국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 규제를 하라고 권할 정도로, 한국뿐 아니라 브라질, 칠레, 태국 등도 투기성 자금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경험했듯이 하루아침에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며 투기성 자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경제가 하강했고, 회복도 더 빨리했는데 이는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고 외부 충격에 약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 어떻게 될 것이냐도 한국의 내부 상황만으로는 알 수 없으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문제, 유럽 재정위기 등 여러 가지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변수 중 하나라도 터지면 또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어로 책을 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당장은 계획이 없다”면서 “신자유주의 본산지가 영미권이다 보니 그쪽에서 알아듣기 쉽게 비판을 하려다 보니 영어로 책을 쓰게 됐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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