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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범죄 스릴러’ 열광… 해외 ‘애니’ 열풍

한국 ‘범죄 스릴러’ 열광… 해외 ‘애니’ 열풍

입력 2011-01-13 00:00
업데이트 201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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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국가별 흥행영화 특징 살펴보니…

‘묻지마 살인’이 횡행하는 비정한 현실 때문일까. 한국인의 취향이 세계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일까. 지난해 세계 영화 시장은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가 ‘흥행순위 톱10’을 휩쓴 반면 한국에서는 범죄 스릴러가 절대 강세였다. 서울신문이 미국의 영화통계사이트인 박스오피스모조와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10개국의 2010년 톱10 순위를 분석했다. 한국은 관객수, 외국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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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토이 스토리3’ 한국에서는 29등

‘토이 스토리3’는 미국, 영국, 호주, 스페인, 멕시코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일본(2위), 프랑스(5위), 독일(8위), 이탈리아(8위) 등에서도 10위권 안에 포진했다. 지난 한해 세계에서 벌어 들인 돈만 10억 6310만 달러(약 1조 1955억원). ‘아바타’(2009), ‘타이타닉’(1998) 등에 이어 역대 흥행 영화 세계 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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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히트 애니메이션 ‘슈렉 포에버’는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슈퍼 배드’,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애니메이션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등 판타지도 나라별로 순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톱10 안에 들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마루 밑 아리에티’, ‘포켓 몬스터: 환영의 패왕’도 10위권에 올라 애니 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반면 한국은 달랐다. ‘토이 스토리3’는 146만명을 끌어모아 29위에 간신히 이름을 걸쳤다. 그나마 ‘드래곤 길들이기’가 271만명으로 13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슈렉 포에버’는 17위, ‘슈퍼 배드’는 41위에 그쳤다.

‘이끼’, ‘포화속으로’, ‘부당거래’ 등 자국 영화가 10위권 안에 7편이나 포진한 점도 외국과의 차별점이다. 톱10에 이름을 올린 외국 영화는 ‘인셉션’(2위), ‘아이언맨2’(4위), ‘솔트’(9위) 세 편뿐이다. 모두 미국 할리우드 영화다.

●한국만 오면 작아지는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은 인식의 차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나 판타지가 ‘애들 영화’로 인식돼 주된 관객층인 20~30대를 끌어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장병원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프로그래머는 “‘토이 스토리3’나 ‘슈렉 포에버’에는 철학과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서 “외국 관객들은 (영화 양식보다는) 스토리나 메시지에 더 주목해 애니메이션이라도 진지하게 감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단 가족 혹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편견이 먼저 작동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적 토대나 취향 차이에서 이유를 찾는 시각도 있다. 이상용 영화평론가는 “한국 관객층이 선호하는 애니메이션은 안정된 드라마 구도보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이미지다. (드라마가 우수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 관객들 입장에서는 다소 밋밋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자체가 국내 관객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평론가는 “이런 점에서 할리우드보다는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할 흥행 요소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에 비해 절대 열세인 제작사와 얇은 관객층도 애니·판타지물의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1-01-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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