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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전화 그리던 손, 이제는 자유를 그립니다”

“北선전화 그리던 손, 이제는 자유를 그립니다”

입력 2011-01-20 00:00
업데이트 2011-01-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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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위에서 시키는대로 선전화를 그렸는데 이제는 내 안에 있는 희망,절망,분노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자유를 얻었습니다”오는 26일부터 1주일간 서울 종로구 갤러리 가이아에서 ‘Forever Freedom’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탈북 작가 송벽씨는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얻은 자유의 소중함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전시회를 여는 소회를 밝혔다.

 황해도 출신인 송씨는 취미로 그리던 그림 실력이 당국의 눈에 띄여 7년간 선전화를 그리다가 2002년 탈북한 뒤 공주사범대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송씨는 “북한에서는 당 위원회에서 내려온 도안을 커다란 화폭에 옮기는 일을 했다”면서 “한국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자유라는 행복을 얻었다”며 웃었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송씨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파란색 원피스에 빨간색 스카프를 한 소녀들이 그려진 그림이 눈에 띄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 력사’라는 책을 든 소녀들은 밝게 웃으며 그림 밖 관람객에게 인사를 건네듯 손을 흔들고 있지만,이들의 신발은 낡아 구멍이 나있다.

 송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과거,현재,미래’라는 3가지 주제로 나눠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고,‘벽’을 깨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는 나비가 유독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하늘에서 북한 주민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송씨는 “북한은 어딜 가려고 뇌물로 통행증을 사야 하고 작은 불만도 함부로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곳”이라면서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은 삶을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도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오른손 검지 한마디가 없다.2000년 8월,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먹을 것을 구하려고 두만강을 건너다 수용소에 끌려갔고,일을 하다 가시가 박혔는데 살이 썩어 잘라냈다.

 잃어버린 것은 손가락뿐이 아니다.함께 강을 건너던 아버지는 불어난 강물에 휩쓸렸고 그것이 영영 이별이 됐다.

 송씨는 “물에 떠내려가는 아버지를 보고 북한 국경경비대원을 불러 ‘사람 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경비대원은 무작정 나만 수용소로 데리고 갔다”면서 “단지 배가 고파서 강을 건너려 했던 것인데 눈앞에서 사람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살 곳이 못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송씨는 “한국에 와서 내가 얼마나 속고 살았는지 알게 됐고 분노를 삭이듯 그림을 그렸다”면서 “이번 전시회가 내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아직도 자유를 모르고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마음으로 느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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