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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500회 돌파…‘홍지킬’ vs 마니아 2명 그 매력을 말하다

‘지킬앤하이드’ 500회 돌파…‘홍지킬’ vs 마니아 2명 그 매력을 말하다

입력 2011-01-25 00:00
업데이트 201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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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버전’ 역수출하면 잘될 텐데…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만년 적자를 기록한 뮤지컬이 있다. ‘지킬 앤 하이드’다. 선과 악, 인간 내면의 두 본성을 파고들었음에도 1997년부터 2001년까지 1543회 공연되는 동안 150만 달러(약 17억원)의 적자를 남겼다. 그렇게 쓸쓸히 무대에서 사라졌던 지킬 박사가 3년 뒤 한국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2004년 초연 이래 47만여명이 객석을 거쳐 갔고, 급기야 25일 500회 공연을 돌파한다. 국내 뮤지컬 사상 최고 몸값 스타 조승우(회당 출연료 1800만원·총 14억여원)도 배출했다. ‘조지킬’과 함께 ‘지킬 앤 하이드’를 이끌고 있는 ‘홍지킬’ 홍광호(28)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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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호 씨
홍광호 씨
두 살 위인 조승우가 언론 인터뷰에서 “광호 노래에 비하면 내 노래는 쓰레기”라고 말해 단숨에 검색어 1위에 올라섰던 그 홍광호다. 기자 혼자 감당하기에는 왠지 밀리는 느낌. 그래서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다. 2004년 초연 때부터 ‘지킬 앤 하이드’만 60번가량 봤다는 골수팬 이선영(27)씨와 20번 봤다는 최지현(28)씨. ‘지킬 오타쿠’(광적인 마니아)를 자처하는 두 사람과 합심해 지난 20일 저녁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홍지킬을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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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수입 원작이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홍광호 솔직히 공연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까 신기하기도 해요. 한국의 ‘지킬 앤 하이드’는 4개의 대사 버전을 놓고 그 중 가장 좋은 것만 뽑아 만들었습니다. 브로드웨이 버전보다 템포도 빠르고 음악이 훨씬 좋아요. 극적 구성도 탄탄합니다. 한국 버전을 역수출하면 잘될 텐데…(웃음).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든 것도 성공요인입니다. 누구나 각자 싫어하는 사람은 있잖아요. 지킬은 하이드가 돼 그런 사람들에게 복수하죠. 얼마나 통쾌해요.

-최지현 앙코르 공연이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매번 느낌이 다르다는 게 한국판 ‘지킬’의 힘입니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끊임 없이 발전시키기 때문에 여러 번 봐도 지루하지 않아요. 대사 중에 “인간은 모두 변장의 달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완전 선도, 완전 악도 아닌 지킬을 보며 관객들이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선영 배우들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제 뮤지컬도 영화처럼 배우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팬층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봐요. 배우를 보기 위해 매번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그중 한 사람이고…

→누구를 보러?

- 그야…(홍지킬을 쳐다보는 데 폭소가 터진다.)

→오랫 동안 배역을 하다 보면 거의 몰입될 듯싶다. 지킬과 하이드,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가.

- 지킬은 선과 악을 분리하려는 의지가 강해요. 열정적이고 행동하는 사람이지요. 극 중 사랑하는 여인 엠마를 대할 때는 나쁜 남자 기질도 보여요. 어쩌면 지킬은 우리네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하이드는 악한 본성을 그대로 표출해요. 이성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지요. 원초적이어서 더 매력적이라고 할까…. 얼마 전 영화 ‘황해’를 봤는데 신분 조회가 어려운 조선족 구남(하정우 분)이 청부살해업자로 나오더군요. 구남과 하이드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관객들도 지킬보다는 하이드를 보러 더 많이 와요.

→주인공만 네 명(홍광호, 조승우, 류정한, 김준현)인 쿼드러플 캐스팅이다. 당사자 면전이라 조금 뭣하지만 그래도 네 명을 청문회해보자.

- 후환이 없으려나…(웃음). 네 명 중 가장 드라마틱한 재미를 주는 배우는 홍광호씨예요. 어찌나 지킬과 하이드의 변신이 뚜렷한지 어떻게 저렇게 착한 사람(지킬)에게서 저런 악(하이드)이 나올까 싶어요. 조승우씨는 초연 때부터 참여한 때문인지 공연 전체를 끌고 나가는 여유로움이 있고 무엇보다 ‘내가 이 공연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류정한씨는 성량이 풍부해 관객에게 믿음을 주고, 김준현씨는 신인인 데도 노련해 ‘20대 조승우’를 보는 것 같아요.

- 홍광호씨의 최고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조승우도 인정한 가창력’입니다. 조승우씨는 20대 때와 30대 때가 좀 차이 나요. ‘20대 지킬’은 실수하면 당황했는데 ‘30대 지킬’은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슬쩍 눙치고 넘어가는 여유가 있어요.(웃음) 분명한 것은 네 사람 모두 3시간 가까운 공연 내내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는 겁니다.

→너무 칭찬 일색이다. 보완할 점은.

- (웃으며) 그건 저보단 제작사가 더 고민해야할 것 같은데….

- 무대가 좀 더 넓으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 출연진 간 조화도 좀 더 강화됐으면….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2011-01-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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