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대모’ 칼송의 대표작… 남자 무용수 테로 사리넨 6일부터 내한공연
프랑스 현대무용의 대모로 꼽히는 카롤린 칼송(68)의 대표작 ‘블루 레이디’가 오는 9~10일 이틀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블루 레이디’를 추고 있는 핀란드 무용가 테로 사리넨. 여성의 춤을 남자인 사리넨이 처음 춰 무용계를 충격에 빠뜨린 때는 2008년이었다.
푸른 배경을 바탕으로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추기 때문에 음과 양의 조화라는 동양적 요소까지 녹아들어 있다. 초연 이후 10년 넘게 무던히도 공연되다가 한동안 잊혀졌는데, 칼송 자신이 이 작품을 다시 꺼내들었다. 2008년 리옹댄스비엔날레에 새롭게 고쳐 내놓았고,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여자 솔로 춤을 남자 솔로 춤으로 재해석 해낸 것이다. 이 때 발탁된 남자 주인공이 핀란드 현대무용가 테로 사리넨이다.
칼송은 “(내가) 아들을 낳은 뒤 만든 작품이라 여성들이 점차 인생의 다른 단계로 접어들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았다.”면서 “그러나 만약 다른 여성 무용수에게 이 춤을 추게 하면 내 춤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남자 무용수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사리넨은 핀란드 정부가 예술가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프로-핀란디아 메달(Pro Finlandia medal)을 받은 무용수다. 일본에서 가부키를 공부하기도 했다. 가부키에서는 남성 배우가 여자 역을 맡는 경우가 많아 ‘블루 레이디’ 공연 때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는 사리넨은 “내가 춤을 추는 동안 칼송의 춤이 뒷배경으로 투사되기 때문에 뚜렷한 대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송은 아쉽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는다. 미국에서 태어난 칼송은 1968년 프랑스 파리 국제무용제에서 최고 무용수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1971년 유럽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이후 창작 작품들을 쏟아내면서 현대무용의 중심지를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놨다는 극찬을 받았다. 유럽 유수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지냈고, 모스크바 국제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무용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당스에서 2008년 안무상을 받았다. 200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는 무용가로는 처음으로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블루 레이디’는 2003년 ‘물에 대한 단상’(Writings on Water) 이후 네 번째로 국내 소개되는 칼송 작품이다. 서울 공연에 앞서 6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한다. 전북 전주 공연(1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도 있다. 3만~7만원. (02)2005-011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6-06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