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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파괴’에 숨은 높은 비용

’가격 파괴’에 숨은 높은 비용

입력 2011-06-13 00:00
업데이트 2011-06-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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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파괴의 저주’ 출간



피자와 통닭을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대형 마트들의 ‘통큰 XX’ ‘착한 XX’ 가격 경쟁부터 파격 반값의 유혹 속에 급성장한 소셜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가격 파괴’가 넘쳐나는 시대다.

’천원숍’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못지 않은 가격 파괴 공세에 제값 주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의 폐해를 모르지는 않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사서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과연 소비자에게도 좋기만 할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고든 레어드가 쓴 ‘가격 파괴의 저주’(민음사 펴냄. 원제 ‘The price of a bargain’)는 가격 파괴의 이면에 숨은 높은 비용을 파헤친 책이다.

다양한 인터뷰와 해외 현장 취재를 통해 할인 상품 이면에 담긴 글로벌 네트워크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고 이로 인한 파괴적 영향을 추적한다.

할인점과 대형 마트의 가격 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중국이나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 값싼 에너지, 값싼 운송 시스템 등이다.

저자는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한계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중국산 값싼 제품은 유독성 치약과 멜라민 분유 파동, 유해 장난감 리콜 사태 등으로 한계를 드러냈고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던 중국 노동자들도 연일 시위에 나서고 있다.

”값싼 제품의 종말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중국이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이동하는 것은 값싼 물건의 수출을 줄이려는 노력의 한 측면이다. 종종 무시된 중국의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는 이제 서구 사회에 값싼 제품을 공급하는 데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187쪽)

더 빠르고 더 싼 운송에 대한 수요는 대기 오염과 혼잡, 기후 변화, 공공 보건 등에 총체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기업의 해외 아웃소싱은 실업자를 양산했다.

”세계화는 분명히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 500달러 미만의 노트북 컴퓨터를 보라.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소득 정체나 실업과도 동의어다.”(335쪽)

’성장 없는 소비 경제’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세대는 여러 혁신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풍요가 빈곤이 되는 세대가 될 것이고 값싼 물건이 정말로 값비싼 것임을 입증하게 되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유혹적인 파격 할인 뒤에 숨은 높은 가격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모색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박병수 옮김. 468쪽. 2만2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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