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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 은하계에 머물 책의 미래

구텐베르크 은하계에 머물 책의 미래

입력 2011-06-30 00:00
업데이트 2011-06-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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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단턴 ‘책의 미래’ 출간

올해 1월 미국 하버드대는 미국 내 대학과 공공 도서관 등 민ㆍ관이 공동 참여해 대규모 디지털 공공도서관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미 구글이 2004년 전세계 모든 책을 디지털화한다는 목표로 도서 디지털화 작업인 ‘구글 북스’를 통해 절판 도서 등 1천500만 권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데 이은 것이다.

디지털 공공도서관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로버트 단턴 하버드대 도서관장은 앞서 2009년 출간한 ‘책의 미래’(교보문고 펴냄. 원제 ‘The case for books’)에서 이미 구글 북스의 이상에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결에 전환점이 돼 준 구글 북스의 시도를 중심으로 책의 미래와 현재, 과거를 차례로 짚어본다.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오래 교수로 재직해온 저자는 “나는 책을 사랑한다. 구식 책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나 전자책이 극복해줄 수 있는 종이책의 한계도 인정하고 있다.

”역사가들이 전자미디어에 두려움을 갖고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나를 예로 들면 나는 색인 카드로 가득 채워진 신발상자를 수십 개 가지고 있다. 사실은 너무 많아서 한 상자에 다 눌러 담을 수도 없고, 도무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것이 내가 도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나는 전자책을 쓰고 싶다.”(114쪽)

요컨대 저자는 종이책에 대한 애정과 별개로 지식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해 고무적이며 이 두 매체의 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의 세계는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10년 후에 어떻게 변화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세계가 구텐베르크 은하계 내에 존재하리라고 믿는다. 새로운 에너지 자원 덕분에 은하계는 팽창하겠지만 전자책은 구텐베르크의 위대한 기계를 대체하는 역할이 아닌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134쪽)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의 문제들과 씨름을 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려고 한다면 과거를 연구하면서 파악해야 한다”며 책의 과거 또한 살펴보는데 실제로 1950년대 미국 몇몇 도서관에서 행해졌던 ‘책 학살’은 책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시 도서관 사서들은 책의 모서리를 두세 번 이중으로 접은 뒤 종이가 찢어지면 그 책은 21세기가 오기 전에 부스러질 것으로 결론짓고 마이크로필름으로 대체했다. 예일대에서는 130만 권의 책이 이렇게 이중접기 테스트에 불합격해 인위적으로 파손됐다.

그러나 곧 부스러질 것이라고 여겨졌던 종이책은 여전히 멀쩡한 반면 영구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이크로필름은 흠집이나 기포가 생기고 점점 흐려져 글씨도 읽을 수 없게 됐다.

전자책이 정말 영구적인 매체인지, 지금도 보존을 명목으로 한 인위적인 파손을 행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인 셈이다.

308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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