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문근영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한다?

문근영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한다?

입력 2012-01-26 00:00
업데이트 2012-01-26 16: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임성순 소설 ‘문근영은 위험해’ 출간

4차원 음모론자와 은둔형 오타쿠, 문근영의 열혈팬. 누구 하나 ‘표준적’이지 않은 세 고교 동창이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배우 문근영을 납치한다.

이같은 느닷없는 설정으로 진행되는 임성순의 장편소설 ‘문근영은 위험해’는 알록달록한 표지부터 키치의 이미지가 강하게 풍긴다.

본문을 펼쳐보면 B급의 향기는 더욱 강해진다.

인터넷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디씨 폐인’들이 주로 만들고 유통한 각종 인터넷 신조어들과 인터넷상에서 널리 패러디 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의 명대사들이 불쑥불쑥 등장한다.

본문 중간에 시도때도없이 튀어나오는 노란 말풍선의 각주를 통해 이들의 유래와 용법 등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디자인이나 형식보다 더욱 난감한 것은 소설의 내용이다.

’찌질남’ 3인방이 문근영을 납치한 것은 어느 날 셋이 문근영이 등장하는 똑같은 꿈을 꾼 이후였다.

작가와 이름이 같은 음모론자 성순은 미디어를 매개로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회사’라는 조직이 존재하고 문근영은 다른 스타들처럼 사람들을 조종하는 수단으로 회사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마침 문근영이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돼 있는데 이때 세뇌된 사람들을 일깨워 파국을 불러올 방아쇠가 될 말을 할 것이기 때문에 문근영을 납치해 토크쇼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란 신체의 확장이라고. TV란 확장된 눈과 귀야. 수천만의 사람이 똑같은 눈과 귀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봐. 이건 단지 감각기관의 문제가 아니야. 일종의 세뇌지. 우리의 눈과 귀를 지배하는 수단인 거야. 스타는 바로 그 조종 장치의 운전대 같은 거고.”(169쪽)

소설은 문근영 납치 사건과 더불어 ‘작가’로 지칭된 또다른 인물의 피랍 이야기도 함께 전개된다.

종잡을 수 없는 두 이야기는 극적이면서도 어딘가 허무한 결말 부분에서 한데 섞인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기도 하지만 킥킥대며 즐길 수 있는 오락소설 이상의 가치도 분명히 있다.

가령 우리 사회 현실이 음모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불가해하고 부조리하다는 점에 대한 자각이나 소설까지 포함하는 ‘문화 상품’의 기능에 대한 성찰 같은 것들이다.

”복제된 것들로는 이 세계를 지탱할 수 없었다. 이미 오래전에 붕괴는 시작되었다. 단지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새로운 복제를 끊임없이 덧대었고, 그 뫼비우스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 세계가 자신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으니까.”(325쪽)

’컨설턴트’로 세계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전작에 이은 이른바 ‘회사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은행나무. 336쪽. 1만2천500원.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