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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숨은 증언…세상에 알리고 싶었죠”

“용산참사 숨은 증언…세상에 알리고 싶었죠”

입력 2012-07-04 00:00
업데이트 2012-07-0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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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두 개의 문’ 김일란·홍지유 감독

“우리가 용산 참사 이후 재판 과정에서 목격한, 예상치 못한 중요한 증언들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만든 김일란·홍지유 감독이 말하는 연출 의도다.

이것이 성공했음인지 이 한 편의 독립 다큐멘터리가 일으키는 사회적 파장은 작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재개발지역 강제 철거의 문제를 다시 언급했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단체 관람했다. 지난 3년간 특별히 조명받지 못한 용산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시민 사이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개봉 당시 불과 16개관에서 개봉했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나타나는 관심은 여느 상업영화 못지않게 뜨겁다.

이 작품을 본 관객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내용은 ‘영화가 예상했던 내용과 많이 다르다’는 것.

독립 다큐멘터리 성격상 희생자 측 진술이나 억울한 사연이 주로 담겨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두 개의 문’은 경찰의 채증 영상과 법원 공판에서 나온 경찰특공대원들의 진술, 대원들의 자필 진술서 등 경찰의 시선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런 특별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두 감독을 지난 3일 연합뉴스에서 만났다.

--그동안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며 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다큐를 만든 것으로 아는데, 용산 참사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뭔가.

▲장편 다큐로 만든 건 성매매나 성소수자에 대한 것들이었지만, 일상적으로는 사회 곳곳의 여러 투쟁 현장을 다니며 미디어 작업을 해왔다. 용산 참사 발생 당시에도 사건 발생 당일에는 없었지만, 이후 미디어활동가 집단인 ‘촛불방송국 레아’에서 활동하며 현장의 속보 영상을 주욱 만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장편 다큐를 만들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현장에 충실한 영상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재판을 방청하면서다. 재판 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여러 고민을 던져줬고 그런 점에 대해 서로 많이 얘기를 나누다가 1심 판결이 나면서 본격적으로 (장편 다큐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다큐 내용이 경찰특공대의 진술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런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건가.

▲재판 과정을 보며 아이디어가 나온 거다. 핵심적인 쟁점이 된 부분이 화재의 원인이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시점이 언제인지 등이다. 대부분의 쟁점이 2009년 1월19-20일 경찰특공대의 투입에 대해 실체를 따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것들을 정확하게 다큐로 알렸으면 좋겠다 싶어서 사건 발생 전 25시간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교차해서 구성하는 식으로 하게 됐다.

--경찰특공대원들의 진술이 실체에 가깝다고 봤나.

▲경찰특공대가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맞춰서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진술은 ‘화염병을 못 봤다’거나 ‘뭔가 불꽃이 있었는데, 화염병인진 모르겠다’고 했다. 각각의 기억이 달랐고 아무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갔단 얘기다. 이 진술들이 실제 법정 증거로 채택되진 않았는데,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답답했다. 이런 증거들이 고려됐다면 그런 판결은 안 나왔을 것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넣지 않은 이유는 뭔가.

▲많이 받는 질문이다. 관객 중에는 그들이 왜 망루에 올라가게 됐는지, 그들의 삶의 조건이 어땠는지, 사건 이후 그간 어떤 맘으로 견뎌냈는지 그런 것들을 공감하려고 온 사람들도 있지만, 뭔가 더 밝혀지지 않은 진실의 양측이 있고 생각지 못한 것을 (영화를 통해) 듣게 된다면 많은 사람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우리가 (재판 과정에서) 목격한, 생각지도 못한 증언들,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최대한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용산참사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사안을 둘러싸고 재개발의 역사나 문제점, 대안 등 여러 축이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일부일 뿐이다.

이 영화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이 영화를 보고 많은 관객이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자신이 보낸 지난 3년간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 문제의 어떤 지점에서 공감하고 조금은 행동으로 옮기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는 목표였다. 그런 목표에서는 할 얘길 다 한 것 같다.

--제목은 ‘두 개의 문’인데, 실제 망루로 올라가는 두 개의 문에 대해 경찰이 잘 몰랐다는 얘기는 잠깐 언급됐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제목에 걸맞게 두 개의 문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넣기도 했는데 편집과정에서 줄였다. 그래도 ‘두 개의 문’은 경찰이 건물 구조조차 몰랐고 안전을 고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 두 개라는 프레임 자체가 추상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느낌이 있는데, 관객들이 하나의 메타포로서 더 많은 의미를 상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 참사의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 힘들었다. 2009년 가을부터 기획해서 2년여간 작업했는데, 가편집본이 많았다. 처음엔 불타는 망루의 이미지를 안 썼다. 그 이미지가 슬픔, 공포, 분노 같은 여러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실제 그 안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계시니까 관객으로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는 충격적인 화면이다. 그런 면에서 선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차갑게 생각하기를 권했던 다큐에서 불타는 장면이 다른 모든 걸 압도할 수 있고 막연한 어떤 감정에 가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능한 한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다시 넣게 된 건 그 장면의 앞뒤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 장면을 결국 두 번 넣었는데, 관객의 감정과 사고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만들면서 기대한 것들이 현실화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용산의 다양한 의미가 다시 이야기가 되고 많은 사람이 실질적인 진상 조사에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지금 그대로 되어가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가 끝난 뒤 탄원서를 받으면 (관객들이) 정말 많이 서명해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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