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김성령 “서지수, 끝까지 반성안해 아쉬워요”

김성령 “서지수, 끝까지 반성안해 아쉬워요”

입력 2012-07-19 00:00
업데이트 2012-07-19 09:5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추적자’서 연기력..”미스코리아 아닌 연기자로”

“서지수가 끝까지 반성은 하지 않아 그게 좀 아쉬웠어요. 강동윤도 멋지게 마무리가 되는데 서지수만 끝까지 뉘우치지 않아서 영원한 철부지가 아닌가 싶어요.”

김성령(45)은 이렇게 말하며 못내 아쉬워했다.

하지만 열 가지 중 이는 한 가지에 불과했다. 나머지 아홉은 넘치도록 좋았다. 그도, 시청자도.

최근 SBS ‘추적자’를 끝낸 김성령을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추적자’의 서지수는 재벌가 2세로 미모와 지성까지 겸비했지만 안하무인에 철부지다. 김성령은 그런 서지수를 맡아 도도한 관능미를 원 없이 뿜어냈고, 무엇보다 연기력에서 이전과 달라졌고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7일 열린 ‘추적자’ 종방연에서는 김성령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하자 극중 그의 아버지 박근형(72)이 휘파람까지 불며 환호해줬다.

박근형은 “저놈이 이번에 연기에 욕심을 내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무척 대견스러워했다.

옆에 앉아있던 SBS 김영섭 드라마 국장도 “’추적자’를 통해 김성령이 쑥 성장했다”고 거들었다.

”저도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조남국 PD와 이번이 다섯 번째 작품인데 ‘이번에는 성령 씨가 다르다’고 하셨어요. 또 손현주 씨도 ‘좋다. 달라졌다’고 칭찬해줬고요. 연기를 잘했다고 하니 기분 좋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럼 그전에는 못했다는 소리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이번에는 과연 뭐가 달라졌을까 저도 궁금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쏟아지는 칭찬에 김성령은 지금 표정 관리가 힘든 상황인 듯했다. 종방연에서는 그런 기쁨과 종영의 아쉬움이 뒤섞여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비주얼 측면이 한 몫 했던 것 같아요.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후배가 얼마 전 ‘누나 나 50억 좀 빌려줘’라고 하던데, 서지수 같은 상위 0.1%의 부자의 삶은 저로서 상상도 못하지만 그 덕에 이번에 고급스러운 패션과 호사스러운 액세서리는 실컷 했습니다. 액세서리는 큼지막한 것들 위주로 하느라 어떤 때는 너무 무거워서 목 디스크가 걸릴 지경이었어요. 미스코리아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서지수가 제게는 정말 잘 맞는 옷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비주얼은 어디까지나 플러스 알파에 해당한다. 서지수의 속은 연기력이 채웠다. 김성령은 자기 말처럼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서지수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고 그를 통해 서지수는 퇴폐미마저 느껴지는 관능적이면서도 유약한 철부지 캐릭터로 거듭났다.

”서지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지만 강동윤만큼은 자기 뜻대로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에게 매력을 느꼈고 아빠와 오빠를 배신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던 것 같아요. 지수가 초반에 바람을 피운 것도 강동윤에게 ‘날 좀 봐달라’고 보낸 신호였던 거죠. 악역 아닌 악역을 한 거지만 지수의 쓸쓸함과 불쌍함을 많이 그리고 싶었어요.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은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랑 앞에서 무너지는 귀부인 서지수의 진심은 남편 강동윤이 수갑을 차고 끌려나가는 날 아침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김성령은 민 낯 공개도 불사하는 오열 연기를 펼쳤다.

”일부러 리허설 때부터 눈물이 흐르면 그대로 놔둔 채 얼굴을 닦지 않았더니 촬영할 때는 화장이 다 지워진 상태가 되더군요. 자기 죄까지 뒤집어쓴 채 끌려가는 남편을 보는 지수의 심경이 곱게 화장할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누구는 그 장면에서 화장 안 한 제 얼굴을 보고 피부가 안 좋다고 흉을 보기도 했지만 전 연기에 몰입하고 싶었어요.”

이 장면에서 김성령은 그야말로 철철 눈물을 쏟아냈고 덕분에 시청자의 몰입도도 더욱 깊어졌다. 어떤 연기든 예뻐 보이려고 하는 여느 여배우들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1988년 미스코리아 진에 뽑히며 화려하게 연예계에 입성한 김성령은 MC 등을 거쳐 1991년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에 전격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작으로 신인상을 3개나 휩쓸었다가 ‘미스코리아 프리미엄’이 다하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1996년 결혼과 함께 한동안 대중에게 잊혔다.

”초반에 모든 게 너무 잘되니까 한마디로 일의 소중함을 몰랐고 노력도 안 했죠. 그랬더니 점점 작은 역할만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으로 잠시 도피했다가 1998년 드라마 ‘대왕의 길’로 복귀했는데 당시 신입 기자 중에는 제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것에 충격을 받고 이를 악물었죠.”

이후 그는 ‘왕과 비’에서 폐비 윤씨를 맡아 다시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또다시 그 기운을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고 늘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부지런히 활동했지만 빛을 보지도, 자신이 빛을 내지도 못했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제 최대 장점이 성실함이에요. 겉모습만 보고 화려하거나 까다로울 거라 생각하시지만 뭔가 일이 주어지면 성실하게 우직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계속 자전거 페달을 밟았어요. 딱히 원대한 꿈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잘 안 되는 거에요. 자존심도 상했죠. 여전히 미스코리아로만 보고 연기자로는 안 봐주셔서….”

그래서 지난해 그는 휴업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두 아들을 돌보며 자기 자신도 돌아봤다. 충전을 마친 그는 지난 2월 MBC에브리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돌아온 뒤 JTBC ‘신드롬’을 거쳐 ‘추적자’를 만났다.

”지금은 연기가 절실해요. 과하지 않을 만큼의 욕심을 가져가며 나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놓고 싶어요. 누군가가 내게서 새로운 면을 계속 끄집어내 주길 기대합니다. 또 바람이 있다면 어느 순간에는 김성령의 주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나이 들어가는 중년 배우가 설 자리가 계속 있기를 바라고 그것을 통해 저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