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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대다 보니 작품이 나인지 내가 작품인지

서성대다 보니 작품이 나인지 내가 작품인지

입력 2012-07-21 00:00
업데이트 2012-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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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까지 피필로티 리스트 ‘하늘을 오르다’ 전시회

블랙박스라는 공간과 잘 어울린다. 컴컴한 곳으로 들어서면 편안한 오르골 음악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천들이 나부낀다. 반투명 천이 천장에서 늘어뜨려져 있는데 거기다 영상물을 비춘다. 스위스 출신 작가라 그런지 양떼와 풀밭, 야생화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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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리움의 블랙박스 속에 설치된 ‘하늘을 오르다’(Spear to Heaven). 모성의 편안함을 전달해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삼성미술관 리움의 블랙박스 속에 설치된 ‘하늘을 오르다’(Spear to Heaven). 모성의 편안함을 전달해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인간의 눈처럼 생긴 타원형 렌즈가 몸 안을 여행하거나 바깥 풍경을 유람하며 쏟아내는 영상들이다. 실제 사람이 산책하면서 눈으로 일일이 하나하나 들여다보듯 촬영되어 있어서 아련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가만 서있다 보면 음악, 영상 그 모든 것들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백색 소음 같다. 서성거리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는 기분이다.

9월 16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되는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 ‘하늘을 오르다’다. 리스트는 1980년대부터 비디오작업으로 주목받다 2008년 뉴욕 현대미술관 개인전으로 세계적 작가로 우뚝 섰다. 한국 전시는 처음이다.

리스트가 명성을 쌓아온 것은 신체의 움직임을 독특한 색감과 리듬감을 지닌 영상으로 표현해 내면서다. 이번 작품도 4개의 프로젝터가 36개 천 사이로 비추는 영상물을 잘 들여다보면 모두 부드럽고 관능적인데다 성적인 느낌도 일부 묻어난다. 다소 정적인 작품이라 움직임보다 색감이 더 도드라진다. 양, 풀, 야생화 같은 자연물을 다뤘음에도 색감이 묘해서 희한하게 에로틱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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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원래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선 작업을 많이 선보여왔다. 생리를 금기시 하는 문화에 도전한다거나, 엄숙한 척 폼을 잡아대는 남성들을 묘하게 비틀어둔 작품들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페미니즘이 고착화시킨 여성성을 깨고 나오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작품도 그런 경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비꼬거나 풍자한다기보다 한껏 편안하고 아늑하다.

우혜수 학예실장은 “작품 방향에 변화가 생긴 이후부터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는 얘기들, 여성적인 무엇에 대한 긍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블랙박스라는 공간에 들어가 반투명천으로 둘러쌓인 채 작품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생각해도 자궁으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 같다.

블랙박스를 뺀 공간에서는 ‘아트스펙트럼 2012’도 함께 열린다. 2001년 시작된 리움미술관의 젊은 작가 양성 프로그램인데 삼성그룹 비자금 사태 때문에 6년 만에 열리게 된 전시다.

배찬효, 김아영, 한경우 등 젊은 작가 8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소 묘한 것은 김지은 작가의 ‘어떤 망루’. 하얀 벽면에다 시트지를 오려다 붙이는 방식으로 12m 높이의 망루를 세워뒀는데, 누가 봐도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전시도 9월 16일까지. 6000원. (02)2014~69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7-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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