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미술상 후보’ 이색 작품들
서울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 전시장. ‘2012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 전에 참가한 세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됐다. 13회째를 맞는 미술상은 후보 3명을 선정해서 제작비용을 지원한 뒤 그 결과물을 보고 최종 우승을 겨룬다. 세계적 명품회사 후원이라 제작비나 전시 걱정 없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데다 수상 대상을 현대적 개념미술로만 한정지었기 때문에 돈벌이와 거리가 먼 개념미술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로 꼽힌다.이미경作 ‘가림막’
잭슨 홍 작가는 기계문명을 다룬 ‘대량생산’ 연작을 내놨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두 작품은 ‘구원’과 ‘처벌’. 국제 특허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구원과 처벌을 키워드로 각종 특허 자료들을 검색했다. 자료 가운데 구체적 작동 원리를 묘사해 둔 그림을 뽑아다 각 50장씩 걸어뒀다. 이렇게 비교해 놓고 보니 구원과 처벌이 쓱 다가온다. 처벌의 도면은 그림만 봐도 상상되는데, 구원의 도면은 도통 짐작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이 약속하는 처벌은 가깝고, 구원은 멀다. 자기 작품을 두고 “쇠락하는 20세기를 기념하기 위한 도구”라는 작가의 말이 짐작된다.
구동희 작가는 ‘헬터 스켈터’ 연작을 내놨다. 비틀스의 노래제목이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둥그렇게 말린 미끄럼틀을 뜻한다. 귀엽고 발랄할 수도 있겠는데 작가는 찰스 맨슨 얘기를 꺼냈다. 1960년대 이교집단을 이끌면서 잔혹한 살인사건을 저질러 아직도 감옥에 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구조물이나 모기향 등을 이용해 재미와 어지럼증을 함께 공존시켰는데 그게 맨슨의 심리 상태가 아닌가 싶다. ‘CII 966 856’은 맨슨이 수감된 방 번호인데 체험해 볼 만하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최종 수상자 시상식은 9월 13일. (02)544-772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7-28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