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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림시대… 종단·승가 안정에 藥? 毒?

조계종 총림시대… 종단·승가 안정에 藥? 毒?

입력 2012-10-24 00:00
업데이트 201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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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림(總林)’, 약일까 독일까. 다음 달 초 결정될 조계종 사찰 세 곳의 총림 추가 지정 여부에 불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9교구 본사 동화사, 13교구 본사 쌍계사, 14교구 본사 범어사가 대상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지난 19일 총무원 종무회의에서 총림 지정 신청을 제청함에 따라 다음 달 1일 정기 중앙종회에서는 이들 사찰의 총림 지정 여부를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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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이 수행 풍토 개선과 종단 쇄신 차원에서 세 교구 본사의 총림 지정을 추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총림 지정 신청이 제청된 대구 동화사의 개산대재 모습과 경남 하동군 쌍계사 전경, 부산 범어사의 조계문.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조계종이 수행 풍토 개선과 종단 쇄신 차원에서 세 교구 본사의 총림 지정을 추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총림 지정 신청이 제청된 대구 동화사의 개산대재 모습과 경남 하동군 쌍계사 전경, 부산 범어사의 조계문.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총림이란 선원과 강원(승가대학 또는 승가대학원), 율원(율학승가대학원) 및 염불원을 갖춘 사찰을 말한다. 최고 웃어른인 방장이 법과 수행의 상징으로 대중의 수행을 지도 감독하는 종합 수행 도량이다. 현재 조계종단의 총림은 가야총림 해인사를 비롯해 조계총림 송광사, 영축총림 통도사, 덕숭총림 수덕사, 고불총림 백양사 등 5대 총림 체제로 돼 있다. 따라서 중앙종회에서 동화사, 쌍계사, 범어사가 추가 지정되면 총림은 모두 8개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2∼3개 사찰이 더 총림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 만약 종회에서 지정할 총림이 늘어나면 조계종은 ‘총림의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총림 추가 지정을 둘러싼 불교계의 입장은 허물어진 수행 풍토를 다시 세우기 위한 ‘약’이라는 측과 승단의 권위주의와 세속화를 부추기는 ‘독’이라는 관측이 엇갈리는 형편이다. 이른바 ‘승려 도박 사태’로 드러난 종단과 승가의 부패, 부정을 척결할 수 있는 계기라는 주장과 그나마 남아 있던 수행 문화를 돌이킬 수 없는 곤경에 빠뜨릴 악수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우선 총림 확대를 찬성하는 측은 총림 체제가 금권 선거를 비롯해 잇따른 종단 선거의 폐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총림은 본사 주지를 방장이 지명해 총무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만큼 방장의 지휘와 지도 아래 선거 파행을 막고 산중가풍을 다지는 첩경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반대 측은 현재의 총림 체제가 종단과 승가 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 총림법에 따르면 방장은 총림을 대표해 대중 수행을 지도, 감독하는 한편 수좌, 선원장, 율주, 염불원장 등 총림 주요 소임을 추천, 임명할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자칫 방장이 대중을 잘못 인도할 경우 대중공의에 따른 민주적 운영을 살리지 못해 수행 문화 증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19일 총무원 종무회의에서 세 사찰의 총림 지정을 제청하면서 염불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이 미흡한데도 ‘2년 내 시설을 갖춰 운영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총림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찰을 지정할 경우 다른 사찰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조계종 관계자들은 세 사찰의 총림 지정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총림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강한 데다 총림 지정을 원하는 사찰이 많다고 관측한다. 따라서 결국 조계종 ‘총림 시대’ 개막 여부는 다음 달 1일 중앙종회의 판단에 달린 셈이다.

불교시민단체네트워크 정웅기 운영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원래 총림은 대중공의와 민주적 운영을 살린 불교 공동체 문화의 상징이지만 종전 해인사와 통도사, 백양사의 방장 추대와 주지 임명을 둘러싼 파행에서 보듯 세속적 운영의 경향이 짙어졌다.”며 “중앙종회의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10-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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