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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며느리 “밤낮으로 하늘을 우러러 탄식”

명성황후 며느리 “밤낮으로 하늘을 우러러 탄식”

입력 2012-10-31 00:00
업데이트 2012-10-3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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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명효황후 신세 토로한 첫 한글 편지 발견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첫 번째 부인인 순명효황후(1872-1904)는 비운의 황후였다.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세자빈으로 책봉돼 순종과 가례(혼례)를 올린 뒤 1897년 황태자비로 책봉됐지만 황후에 오르지도 못하고 1904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순명효황후는 특히 시어머니였던 명성황후가 1895년 시해당하는 참변을 겪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순명효황후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당한 뒤 의지할 곳 없는 자신의 신세를 토로한 한글 편지가 공개됐다.

순종의 스승이었던 김상덕(1852-1924)에게 보낸 이 편지에는 순명효황후의 아픔이 절절히 배어있다.

”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 유달리 지통(至痛. 지극한 아픔)을 품은, 부모형제도 없는 혈혈단신에 겸하여 사고무친(四顧無親.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음)한 사람이 밤낮으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더니, 영감의 전부터 알려져 있는 명성을 듣고 한 가족 못지않은 정이 생전에 변치 않기를 기약했는데, 운수가 박하고 때를 못 만나 하루아침에 국가의 망극함이 이 지경이 되오니, 다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으며, 그때의 망극함과 기구함이 어찌 지금 살아 있다가 지금 올라오시는 말씀 들을 줄 알았겠습니까.”

순명효황후는 ‘유달리 지통을 품은, 부모형제도 없는 혈혈단신에 겸하여 사고무친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면서 ‘밤낮으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더니’ ‘하루아침에 국가의 망극함이 이 지경이 되오니’ 등 비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 편지를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자료실에서 찾아낸 이종덕 한중연 전임연구원은 “순명효황후가 김상덕에게 보낸 한글 편지가 모두 11편인데 이 편지가 첫 번째 편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 유달리 지통을 품은, 부모형제도 없는 혈혈단신에 겸하여 사고무친한 사람’이라는 편지 구절은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사실을 함축한다면서 편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 편지가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1895년 8월 20일 이후 1896년 2월 28일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순명효황후는 부모를 잃은 뒤 시어머니이자 집안의 아주머니인 명성황후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았는데 궁에서 의지했던 명성황후가 참변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편지에 지극한 아픔, 슬픔을 뜻하는 ‘지통’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고 말했다.

순명효황후의 아버지는 민태호로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입궐했다가 피살됐다.

순명효황후는 왜 하필 순종의 스승이었던 김상덕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을까.

이 연구원은 “김상덕은 (황태자 교육을 전담한) 시강원 필선(弼善)으로 황태자 시절 순종을 가르쳤는데 순명효황후가 순종에게서 김상덕의 인품에 대해 많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면서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비통하고 외로운 처지에서 믿음직한 김상덕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덕은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의병에 가담해 항일 투쟁을 벌였으며 1991년 애국장에 추서됐다.

이 연구원은 31일 오후 4시 한중연 신장서각에서 열리는 ‘제8차 조선시대 한글편지 공개 강독회’에서 순명효황후의 편지를 공개한다.

또 이날 강독회에서 이래호 한중연 전임연구원은 조선 시대 선비 이동표(1644-1700)의 미공개 한글 편지 2편을 소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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