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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큰 부자 무슨 소용있겠는가…죽기 전에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무덤에서 큰 부자 무슨 소용있겠는가…죽기 전에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입력 2013-01-11 00:00
업데이트 2013-01-1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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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세계적 명상 수행가 아잔 브라흐마 스님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명상 수행가 아잔 브라흐마(62) 스님이 한국에 왔다. 10일 개막해 16일까지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에서 열리는 ‘세계명상힐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스님은 ‘선정체험과 실체 깨침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고대 불교명상을 과학적 명상체계로 복원한 자신의 집중수행을 즉문즉설과 실참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캠프 개막에 앞서 10일 조계사에서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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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국제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명상 수행가 아잔 브라흐마 스님.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국제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명상 수행가 아잔 브라흐마 스님.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명상을 하나.

-(앞의 찻잔을 들어 보이며)이 잔을 1분을 넘겨 5분가량 들고 있으면 팔이 저려 오고 고뇌에 빠지게 된다. 30초만 내려놓았다가 다시 든다면 훨씬 쉽게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명상을 하는 이유이다. 명상은 마음의 고요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알게 해 준다.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를 그만두고 출가한 이유는.

-출가 전 모든 종교를 탐색해 보았다. 일종의 시장조사를 먼저 한 셈이다. 불교가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처음 명상을 배웠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명한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 가운데 불교신자가 많다. 대학시절 존경했던 교수들과 지금도 교류하고 있다.

→불교신자 물리학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주 세계는 여러 번의 빅뱅이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은 가장 최근 것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생겼다가 소멸하는 이 우주현상을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도 출신인 불교도의 입장에서 굳이 불교와 과학을 분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불교 명상에 편승한 힐링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2500년 불교의 역사는 마음 탐색이 핵심을 이룬다. 마음 작용이 어떻게 용서와 평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구 의학계는 지금 불교와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몸의 건강에 마음 건강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성과도 숱하다. 한국사회의 힐링 열풍도 그런 맥락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아잔 스님의 명상과 한국불교 간화선의 수행법은 어떻게 맞닿아 있나.

-다른 종류의 명상이라고 해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이든 기아차이든 목적지에 가 닿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명상의 방편에 상관없이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중요하다. 명상 자체를 떠나 평화롭고 친절하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이 안고 사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요즘 사람들은 빨리빨리 서두를 줄만 알았지, 가만히 고요하게 머물지 못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갈수록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오래 살 수 있다. 무덤에서 큰 부자로 있다는 게 무슨 소용 있나. 죽기 전에 편하게 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더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경험하고도 초기의 선정으로 돌아간 이유는 뭔가.

-수행자들을 해탈의 경지로 데려다 주는 일종의 운송수단이라고 봐야 한다. 부처님 자신도 초선에서 경험한 환희심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제자들이 그 초선의 환희심을 궁극의 깨달음으로 연결하도록 이끈 방편이 아닐까 한다.

→명상센터나 스승을 만나지 않고도 일상에서 명상 수행을 할 수 있나.

-요리를 배울 때 일단 요리법을 먼저 배운다면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명상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된다면 굳이 스승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양 사람들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 나쁜 악업을 많이 쌓았다. 그 악업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했으면 한다. 한국의 문화와 정서는 아름답다. 굳이 서구문화를 좇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아잔 브라흐마 스님은

1951년 영국 런던 태생.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중 불교에 심취했으며 태국에서 아잔차의 제자로 출가했다. 호주 보디니야나 수행센터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명상수행법을 전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명상 에세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저자이며 근간으로 ‘성난 물소 놓아주기’, ‘놓아버리기’, 명상안내 요약집 ‘멈춤의 여행’을 내놓았다.

2013-01-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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