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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관련 정보, 정부 말만 믿을 수 없다”

“방사선 관련 정보, 정부 말만 믿을 수 없다”

입력 2013-04-23 00:00
업데이트 2013-04-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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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탈핵 활동가 카타오카 테루미씨 강연 “일본 정부, 원전사고 은폐 급급”

”정부 말만 믿지 말고 국민 스스로 안전성을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공기와 토양이 방사선에 얼마나 오염됐는지, 먹을거리는 괜찮은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일본 후쿠시마의 탈핵 활동가 카타오카 테루미(52·여) 씨는 23일 서울 명동 한국YWCA연합회에서 ‘핵발전소 100㎞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과 살기’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루미 씨는 후쿠시마 지역의 ‘아이즈 방사능정보센터’와 ‘방사능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모임’ 대표를 맡아 방사선 피해 진상 규명, 모니터링 사업 등 탈핵 운동을 벌이고 있다.

’평화’, ‘자유’, ‘정의’, ‘희망’이란 이름을 가진 네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는 강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실태, 방사선 관련 정보를 숨기려 드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고발하고 한국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테루미 씨는 “어제 서울에 도착해 호텔 방에서 방사선량을 재 보니 시간당 0.16 마이크로 시버트가 나왔다”면서 휴대용 측정기를 들고 나와 즉석에서 측정한 뒤 수치가 0.18 마이크로 시버트라고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인지, 다른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왜 이렇게 높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의 안전을 지키려면 공기와 토양, 먹을거리의 방사선 오염 정도가 어떤지 계속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원전 정책의 불투명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들었어요. 그들은 ‘건강에 즉각적인 이상은 없다’, ‘별 피해는 없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후쿠시마에 설치된 방사선량 측정기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정확한 측정 결과를 자랑하는 미국 제품이 납품기일을 못 맞췄다는 꼬투리를 잡아 계약을 끊고 국산을 설치했어요. 이 과정에서 수치를 낮추려고 주변 풀도 모두 뽑아내구요. 일본제품의 측정 결과는 믿을 만한 과학자들이 측정한 것의 60%밖에 안 됩니다.”

목사 부인인 그는 사고 당시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초기에는 대피를 안 하고 있다가 고민 끝에 나중에 대피했다.

교인들을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대피를 결심했다. “국가는 긴급상황에서 절대로 국민을 지켜주지 않으니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상처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피해 사례도 소개됐다.

보통 어린이 100만명 중 1-2명 걸린다는 갑상선암이 후쿠시마에서는 벌써 3명한테 발병했고 추가로 발병이 의심되는 어린이가 7명이다. 놀이터 미끄럼틀의 방사선량 측정치가 시간당 0.6 마이크로 시버트에 달해 여기서 놀면 뢴트겐 속에 계속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방사선 걱정으로 아이에게 우유를 안 먹였더니 “혼자만 살려고 한다”며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심한 이지메(집단따돌림)를 당한 일도 있다.

미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선 검출이 하와이 쪽까지 계속 확산하자 2012년 3월을 끝으로 관련 정보 공개를 중단했다고 테루미 씨는 전했다.

그는 한국의 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도 “원전을 수출하고 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정치인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원전은 일반 국민에게는 좋은 점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테루미 씨는 강연 도중에 사고 당시 상황과 계속되고 있는 방사선 피해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듯 눈물을 여러 번 닦아냈다.

”추가 지진 등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남은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면 일본 전체가 엉망이 된다. 지난 2년간 희망을 찾아다녔지만 희망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란 회의를 떨치기 어려웠다. 어쩌면 죽는 순간에야 ‘이게 희망이구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테루미 씨는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주어진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끝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말로 강연을 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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