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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종로 끝세대..25주년 맞아 추억을 노래”

동물원 “종로 끝세대..25주년 맞아 추억을 노래”

입력 2013-04-28 00:00
업데이트 2013-04-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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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봄, 종로에서’ 공연..10년 만에 신곡 선보여

그룹 동물원의 유준열은 인터뷰 장소에서 우연히 포크 가수 추가열을 만났다. 추가열이 어린 시절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며 한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건 해야 돼. 아님 병 된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동물원 멤버들(박기영, 유준열, 배영길)도 각자의 직업이 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은 꼭 하겠다”는 의지로 동물원을 지켰다.

이들은 명맥을 이어온 시간을 팬들과 자축하기 위해 다음 달 16-26일 종로 2가의 복합 문화공간 반줄(Banjul)에서 ‘봄(春), 종로에서’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펼친다.

최근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동물원은 25주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했다.

”4반세기라고 꾸며 말할 수는 있겠지만 차라리 ‘실버 웨딩’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하하하. 특별한 감회보다 아마 음악 못했으면 진짜 병 됐을 겁니다. 틀림없이 이상한 술집에서 마이크 안 놓고 노래하고 있을 거에요. 건강하게 음악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축복이죠.”(유준열)

세 멤버는 이 시간을 무척 자연스럽게 흘려보낸 듯했다. 내일이 없는 부나방처럼 음악으로 날아들지 않았기에, 삶이 송두리째 음악에 함몰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유준열은 “우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음악이 삶 자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음악과 거리를 두자는 게 우리 생각이었는데 그랬기에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영도 “삶이 음악보다 더 포괄적”이라며 “음악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다른 이들의 삶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동물원은 남들 공부할 때 음악이 좋았던 일곱 청춘(故김광석·유준열·김창기·박기영·박경찬·이성우·최형규)이 모여 곡을 쓰고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시작됐다.

1988년 1집 ‘거리에서’를 시작으로 2집까지 멤버 전원이 참여했지만 3집부터는 솔로 앨범 준비, 입대, 취직 등 개인사를 이유로 자연스럽게 ‘들락날락’을 반복했다. 노래패 노래를찾는사람들 출신인 배영길은 6집부터 정식 멤버로 합류했고 지금의 3인조로 활동한 건 2001년 8집부터다.

구속력이 없는 울타리에서 태어난 음악은 풋풋하고 반듯하고 서정적이었다. ‘변해가네’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등은 세월에 녹슬지 않고 여전히 명곡으로 꼽힌다.

음악에 과욕을 부리지 않았던 행보대로 25주년 공연도 대형 무대보다 100석이 안 되는 소극장을 택했다. 대외적인 과시보다 ‘우리가 25년을 같이 했구나’라고 멤버들끼리 되새기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봄에 가장 잘 어울릴 색다른 장소, 청년기 음악 하던 추억의 장소를 물색했고 종로를 떠올렸다.

유준열과 배영길은 “1980년대 대학 시절 종로는 대학생들이 모이는 중심이었다”며 “학사주점이 있고 디스코텍도 많았던 곳이다.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곳”이라고 웃었다.

”종로 거리에 학사주점이 있었어요. 여러 명이 김치찌개 하나 놓고 주인아주머니에게 ‘김치 한 접시 더 주세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넉넉한 곳이었죠. 생맥주를 즐겨 마시던 연타운에서 친구가 여자에게 ‘난 지금 당신을 꼬시고 싶다’고 쪽지를 보냈던 기억도 나네요. 하하.”(배영길)

그러자 박기영은 “대학교 1학년 때인 1984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바람맞은 곳이 연타운으로 우린 종로 전성기의 끝세대”라며 “하지만 공연 제목에 종로를 넣은 건 지리적인 공간의 의미보다 지금은 색이 바랜 추억의 공간을 대변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반 소극장과 달리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무너진 공연장에서 ‘널 사랑하겠어’ ‘변해가네’ ‘말하지 못한 내 사랑’ ‘혜화동’ 등의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특히 올해 뮤지컬계 등에서 추모 열기가 뜨거웠던 김광석이 부른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도 들려준다. 멤버들은 “광석이가 노래를 잘해서 그의 곡을 부르는 부담도 있지만 우리가 안 부르면 누가 부르겠나”라고 했다.

또 2003년 9집 ‘동물원의 아홉 번째 발자국’ 이후 10년 만에 신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미있는 건 각자 만들어둔 곡 중 어떤 노래를 골라 들려줄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

박기영은 “뮤지컬 ‘완득이’의 음악 감독을 맡았을 때 만든 주인공 테마곡 ‘햇살 1g’이 있다”고, 유준열은 “곡을 틈틈이 쓰는데 ‘안구 건조증’이란 노래가 있다”고, 배영길은 “영화 시나리오 세 편을 탈고하면서 이 안에 들어갈 음악을 만들어 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연 활동을 꾸준히 한 것과 달리 앨범을 만드는데 게을렀던 점을 인정했다. 히트곡도 초기작에 몰려 있다.

”1988년 1집에 히트곡이 확 쏠려 있죠. 1995년 6집 ‘널 사랑하겠어’를 발표했을 때도 ‘고목 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했으니까요. 초기에 대중의 관심을 받아서 부담됐는데 되려 지금은 편안해요. 우리가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고 아쉽지는 않으니까요. 조용필 선배의 선전이 반갑고 고무적이에요.”(박기영, 유준열)

이들은 현재 각자 다른 직업이 있다. 박기영은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유준열은 광학기기업체인 신한과학 옵틱스 대표, 배영길은 시나리오 작가다.

그렇기에 동물원은 더없이 남다른 의미다.

유준열은 “동물원은 소중한 장난감”이라며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싫증을 잘 내지 않나. 난 장난감이 질리면 안 되니까 숨겨놨다가 다시 꺼내 노는 것이다. 음악과 거리를 두는 이유도 재미없어지면 살아갈 낙이 없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박기영은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라며 “마음 놓고 음악 할 수 있는 터전인데 한편으로는 내 음악적 상상력을 가두는 틀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동물원이란 틀을 염두에 두고 바라볼 테니 낙인일 수도 있다”고 진지하게 거들었다.

”고향이 된 타향이죠. 전 다른 걸 하겠다고 생각이 참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 타향이던 곳이 고향이 됐어요.”(배영길)

동물원은 봄 공연을 시작으로 여름,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박기영은 자신이 서는 강단과 무대의 차이를 이렇게 비교했다.

”둘 다 타인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죠. 현실적으로 강단에 서는데 시간을 더 할애하지만 제가 정말 즐거운 곳은 무대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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