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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D-2, 교황 프란치스코를 이해하는 ‘2개의 코드’

방한 D-2, 교황 프란치스코를 이해하는 ‘2개의 코드’

입력 2014-08-12 00:00
업데이트 2014-08-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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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다. 그럼에도 예수회가 아닌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설립자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1182~1226)를 따라 교황명을 지었다. 프란치스코란 교황 이름은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평생 걸었던 길을 따라 가난의 영성을 받드는 삶을 살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수회와 작은형제회를 알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들 수도회의 한국관구를 책임진 관구장들을 최근 만났다.

”한국 천주교는 고학력, 부자일수록 신자 비율이 높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교회가 된 겁니다. 교황 방한이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예수회 한국관구장 신원식(54) 신부의 말이다.

그는 “한국 교회가 양적으로는 굉장히 성장했지만 이제는 질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면서 “교회가 과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교황님을 뵀을 때 한국에 오신다면서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셨어요. 한국 교회를 향한 사랑이 크시구나, 아주 특별하게 시간을 내셨구나 느꼈어요. 유럽 중심의 교회로 볼 때 아시아는 아무래도 가난하고 소외된 곳 아닙니까.”

신 신부는 “교황의 메시지는 종교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경제적 불평등이나 가난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얘기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회에 개인 위주의 신앙이 팽배해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의 건강과 부, 명예를 위해 기도하고 영적으로도 개인 위로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요. 신앙생활을 통해 개인의 성장도 이뤄야 하지만 예언자적 역할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교황 말씀처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더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교황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기 안위만 신경 쓰기보다는 거리로 나가 더러워지고 다치고 상처받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예수회원으로서 그는 종교의 사회참여 문제에 관해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솔직한 견해를 털어놨다.

”종교든 정치든 궁극적으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은 같습니다. 종교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면 왜 정치에 개입하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예언자들은 위정자가 복음적 가치, 하느님 뜻에 위배되는 일을 했을 때 항상 경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예수회는 교회 안팎에서 종교개혁의 불길이 일어나던 1540년 마르틴 루터와 동시대를 산 성 이냐시오 로욜라가 설립한 가톨릭 수도단체다. 초창기 예수회는 자선병원의 환자와 고아, 거리의 여자들을 돌보는 봉사로 시작했다. 이후 회원들은 교육,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장 기경호(58)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명에 관해 이런 설명을 했다.

”교황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분이 살아온 길을 보면 가장 예수 같은 삶을 산 프란치스코 성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기 신부는 “교황이 프란치스코를 택한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그분 자신의 삶이 가난했을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목격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성인은 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없는 사랑을 실천한 예수의 삶을 닮았다고 해서 ‘제2의 예수’로 불린다.

”교황은 현대 사회와 교회 상황을 보면서 과연 교회가 이 시대에 어떤 응답을 줄 수 있을까 기도하셨을 겁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정신이야말로 세상과 교회를 쇄신하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는 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교황 프란치스코는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두 번이나 언급한다.

교황은 “누가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데레사 복자의 메시지가 들리지 않도록 성당 안에 가둬 버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나?”, “우리는 모두 아시시의 성인처럼 하느님 사랑 안에서 작지만 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나약한 세상과 사람들을 보살피도록 부름받고 있다”고 말한다.

작은형제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가지 정신은 가난과 형제애다. 수도회를 이끄는 두 기둥이다. 수도회 이름의 ‘작은’도 가난한 삶을 사는 겸손한 태도를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을 물려받은 작은형제회와 교황 프란치스코는 왜 이토록 가난과 빈자들을 중시하는 걸까.

”수도회 역사를 보면 옛날부터 가난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수평적이고 등등한 관계로 보고 형제적 삶을 사는 길이 가난이었던 거죠.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는 핵심 방법이 가난인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처음에는 성당 보수와 함께 나환자를 돌보는 일을 했다. 그는 유언장에 “처음에는 역겨웠지만 나중에는 역겨움이 단맛으로 변했다”고 기록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얼굴이 온통 종기로 뒤덮인 피부병 환자에게 입맞춤을 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온 세상을 수도원으로 삼고 세상과 부닥쳤다. 가난한 사람들을 제일 먼저 선택해 그들과 함께 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형제애와 사랑은 인간을 넘어 동물과 무생물 등 모든 피조물에까지 미쳤고 심지어 죽음조차 형제로 여겼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에 따라 사는 ‘프란치스칸’들은 정의·평화를 DNA처럼 여기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이 있고, 갈등이 있고 정의가 부족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기 신부는 “프란치스코 성인과 교황 프란치스코가 말하는 가난은 실천적 가난의 삶이다. 가난은 사랑의 동기이자 도구이며, 사랑을 위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더 가난해지고 가난한 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황 방한이 신자들에게는 신앙을 쇄신하는 계기가, 한국사회에는 서로 화해하고 인간 존엄의 가치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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