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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아직 군대 안간 한국 남자들 안아주고 싶어요”

헨리 “아직 군대 안간 한국 남자들 안아주고 싶어요”

입력 2014-08-13 00:00
업데이트 2014-08-1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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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진짜 사나이’서 맹활약…두번째 솔로 앨범 ‘판타스틱’ 활동 “난 절대 음악 천재 아냐…한국와서 조용필 선생님 팬 됐죠”

“원래 피부가 아기 엉덩이 같았는데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많이 안 좋아졌어요.”

”피부가 뽀얗다”는 칭찬에 재미있는 비유로 웃음을 주는 이 외국인 청년. 예상대로 천진하고 유쾌하다.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 국적의 헨리(25) 이야기다.

”전 중국어를 강남역 학원에서 배웠어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중국에 가본 적도 없죠. 캐나다 토론토에서 죽 살았으니까요. 하하하.”

힘들고 지칠수록 웃어야 행복해진다는 소신대로 말끝마다 웃음을 보탠다.

’스마일 맨’ 헨리의 인기가 요즘 하늘을 찌른다. 슈퍼주니어-M 멤버이지만 한국의 군대를 체험하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어리바리한 ‘구멍 병사’의 모습이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주면서다.

지난 10일 방송에서도 산악 장애물 극복 훈련에 앞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냐’는 교관의 물음에 ‘타잔입니다’라고 진지하게 답하고는 ‘아아 아 아아~’라며 타잔 흉내를 내 안방극장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헨리의 입에서는 ‘교관’, ‘유격’, ‘화생방’, ‘파병’이란 군대 용어가 술술 나왔다. 이 프로그램 첫 출연 때만 해도 ‘탄약수’를 ‘탕수육’이라고 말했던 ‘군대 무식자’에서 어엿하게 ‘각’이 잡힌 모습이다.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할머니들이 알아보니 좋다”고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내무반 전우들이 군기가 ‘빡’ 들어간 상황에서도 ‘나 홀로’ 천진하게 흘리던 그 웃음이다.

”예전에는 인지도가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었는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서 모두 웃었어요. ‘완전 재미있다’면서요. 한번은 길거리에서 촬영 중인데 한 할머니가 ‘요즘 잘하고 있니? 많이 힘들지?’라고 말해 놀랐죠. 할머니가 알아봐서 정말 기분 좋았어요.”

군대 얘기에 심취해 막힘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걸 보면 한국 남자가 다 된듯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남자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 친구 중 군인이 있는데 혜택이 많아 편해보였다”며 “그래서 한국 군대가 얼마나 힘든지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군대 다녀온 한국 남자들이 다 멋있게 보인다. 또 아직 다녀오지 않은 남자들은 정말 한명 한명 다 안아주고 싶다. 어떤 기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부대를 옮겨 1주일씩 진행되는 촬영 전이면 여전히 긴장된다고 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이다.

”사실 촬영 1주일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못 자요. 여자들은 이해 못 할 것 같은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죠. 훈련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요. 사람들의 슬픔과 힘든 걸 다 합친 느낌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훈련으로는 화생방을 꼽았다.

그는 “가스실에 방독면을 쓰고 들어갔는데 막상 해보니 죽을 것 같았다”며 “정말 힘들다는 말은 들었지만 못 참겠더라.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필리핀 파병 부대 경험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강조했다.

”원래 봉사 활동, 기부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없었어요. 필리핀에서 현지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노래를 가르쳐주고 건물도 지어주면서 봉사 활동의 기쁨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처음 느꼈죠.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줬다기보다 오히려 그들이 절 깨닫게 해줬어요. 마치 제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 같았죠.”

그는 이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달라졌다”며 “처음 한국 왔을 때 자신이 없었고 마치 길을 잃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나 자신을 찾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반전은 군대에서 보여준 어설픈 모습과 180도 다른 음악 재능이다. 수준급 바이올린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무대에만 서면 눈빛이 돌변해 ‘음악 천재’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세상에는 천재가 없다고 생각해요. 노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죠. 천재란 칭찬은 감사하지만 전 절대 천재가 아니에요.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워 이 정도 하는 것이에요. 아마 음악 하는 분들이 절 보면 ‘요즘 연습 많이 안 한 표시가 난다’고 할 겁니다.”

클래식 음악을 하던 그는 2006년 캐나다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오디션에서 발탁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인 친구가 헨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오디션 도전을 추천했고 서류까지 준비해줬다. 헨리는 오디션에서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익혀 노래했고 바이올린 연주와 춤을 선보였다.

그는 “합격 후 부모님께 ‘한국 가서 가수하고 싶다’고 말하자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며 “아버지는 치과의사 같은 전문직을 원했다. 하지만 나의 꿈은 엔터테이너였다. 클래식을 밥 먹는 것처럼 했지만 마이클 잭슨,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팝을 좋아했고 무대에 서면 행복하다고 느꼈다. 꿈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2006년 한국에 입국한 그는 2008년 슈퍼주니어-M 멤버로 데뷔했다. 그러나 2년가량 무대에 서던 그는 갑자기 활동이 뜸해졌다. 대신 2010년 미국의 한 음악 학교에 입학해, 한 학기 동안 작곡 등의 공부를 했다. 그는 “유학은 음악 하는 길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때의 노력은 솔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실 지난해 SM이 15년 만에 선보이는 남자 솔로 가수로 헨리를 내세운 건 다소 의외였다.

”솔로 앨범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에요. 매일 춤과 노래 영상을 찍어 회사에 보냈죠. 작곡한 곡도 50곡 넘게 보냈고요. 처음엔 별로였지만 매일 하니까 점점 늘었어요. 그러던 중 이수만 선생님이 제 노래를 듣고 ‘솔로 실력이 된다’고 칭찬해주셨고 지켜보던 회사에서도 뜻을 모았죠.”

지난달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판타스틱’에는 ‘배드 걸’, ‘버터플라이’ 등 헨리가 속한 작곡팀 노이즈뱅크의 노래가 4곡이나 수록됐다. 노이즈뱅크는 미국 학교에 다니며 만난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친구들과 만들었다. 이들은 헨리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슈퍼주니어, 에프엑스, 지오디 등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헨리의 집에서 함께 살다가 현재 싱가포르 친구 한 명만 남아 동거 중이다.

헨리는 “작업실에서 20시간씩 안 자고 음악을 만들었다”며 “피곤해도 좋은 곡이 계속 나와 기분이 좋았다. 타이틀곡 ‘판타스틱’에선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춤도 추며 퍼포먼스를 강조했지만 수록곡들은 듣기 편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그가 조용필의 히트곡 ‘바운스’(Bounce)를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조용필 선생님의 ‘여행을 떠나요’를 듣고 ‘하이 톤’의 음색이 너무 좋아 팬이 됐어요. 연세가 있으신데도 트렌드에 맞는 노래를 선보이시는 것도 존경스럽고요. 선생님이 커버를 허락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허락받은 날 정말 행복했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대중의 눈에 든 만큼 가수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한층 강해졌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행복을 주고 싶다”며 “얼마 전 한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달려와 ‘원래 우울증이 있었는데 당신 덕분에 우울증이 없어졌다’고 말해줘 기뻤다. 아직 솔로로 히트곡은 없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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