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권하는 TV예능…남자 스타와 함께>

<요리 권하는 TV예능…남자 스타와 함께>

입력 2014-10-16 00:00
업데이트 2014-10-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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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오늘 뭐 먹지?’ ‘냉장고를’ 등 요리예능 잇달아

TV가 요리를 권한다. 그것도 남자 스타와 함께.

물론 TV는 예전에도 요리를 권했다. 말 그대로 ‘요리 프로그램’은 수십년 전부터 늘 있어왔다. 당연히 전문 요리사들이 MC와 함께 진행을 했다.

tvN 새 예능 ‘삼시세끼’
tvN 새 예능 ‘삼시세끼’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제작발표회에서 이서진(왼쪽)과 옥택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M 제공
그런데 최근에는 좀 달라졌다. TV가 요리를 권하는 것은 같은데 기존 정통 요리 프로그램과 달리 예능이 결합됐고, 남자 스타들이 프로그램을 이끈다.

과거에도 개그맨 출신 MC 박수홍과 탤런트 김호진처럼 요리사 자격증을 딴 연예계 실력파 고수들이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정통 요리프로그램이었다.

최근 TV는 요리 실력은 별반 중요하지 않고, 그보다는 스타성이 있는 남자 연예인을 섭외해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에 접근하고 있다. 당연히 요리보다 재미가 중요한데, 맛까지 따라온다면 금상첨화다.

여기에는 ‘앞치마 두른 남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거부감에서 친근감을 넘어 어느새 동경으로 바뀐 시대적 변화와 함께, 요리가 현대사회의 트렌드로 대두한 것이 그 든든한 지지기반이 되고 있다.

◇ 정재형부터 정형돈까지…요리실력보다 끼가 더 중요

지난 2~5월 올’리브 TV에서 방송한 ‘정재형의 프랑스 가정식’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연예계에서 요리 좀 하는 인물이 출연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기존에도 있어왔지만 ‘정재형의 프랑스 가정식’은 요리의 전문성에 예능의 재미를 한껏 결합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션 정재형이 9년 간의 프랑스 유학시절 터득한 요리 실력을 자신있게 펼쳐보이는 것은 기본. 요리를 하다말고 조리대 옆에 갖다놓은 피아노로 옮겨앉아 연주를 하거나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끝도없이 미주알고주알 오도방정 수다를 떠는 모습은 그전에 보아오던 요리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가 소개하는 요리 자체가 이국적이었던 데다, 타고난 요리 감각으로 장난치듯 쉽게 뚝딱 요리를 해치우고 요리하는 틈틈이 마치 ‘무한도전’에 출연한 것처럼 입담을 ‘터는’ 모습은 프로그램에 쏙 빠져들게 했다.

10부작으로 제작됐던 이 프로그램은 ‘당연히’ 반응이 좋았고, 이후 비슷한 유형의 요리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나오는 산파 역할을 하게 됐다.

올’리브 TV는 정재형에 이어 신동엽과 성시경을 내세워 지난달부터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를 방송하고 있다. 둘이 자신만의 요리 비법을 가진 초대 손님으로부터 요리를 배우고 직접 해보면서 동시에 ‘예능’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재형의 프랑스 가정식’과는 달리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법을 제공하면서 ‘봐라. 신동엽과 성시경도 하지 않냐’는 점을 부각시킨다.

오는 17일 시작하는 tvN ‘삼시세끼’는 아예 요리 문외한이자 관심도 없었다는 이서진과 옥택연을 강원도 산골로 데리고 가 밥을 짓게 했다. 밥 한 끼 제대로 짓는 일도 얼마나 수고롭고 거룩한 일인지를 깨우치겠다는 의도를 앞세우면서 동시에 ‘정글의 법칙’과 같은 야생 버라이어티가 주는 재미를 노리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1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처음부터 “우리 프로그램은 맛있는 음식이 나오지 않는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선언했다.

대신 음식의 맛도 모르고 음식을 만들 줄도 모르는 두 인기 스타 이서진과 옥택연을 내세워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남성들의 분투를 화면에 담겠다는 것이다.

JTBC는 내달 김성주와 정형돈이 진행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진이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로 가지고 와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남자 스타를 도마 앞으로 불러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능에는 요리의 고수가 필요없다. 어차피 시청자는 화면 속 요리의 맛을 알 길이 없다. 이들 남자 스타들은 요리를 소재로 재미있게 방송을 하면 되는 것이다.

◇ 먹방에서 요리프로로 진화…”건강, 힐링 코드 부각 영향”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인터넷 TV를 중심으로 한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 인기를 끈 지 오래. 지금의 요리 예능 프로그램은 그 ‘먹방’이 진화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올’리브, tvN 등을 거느린 CJ E&M의 김지영 홍보팀장은 16일 “건강에 대한 관심,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힐링 붐을 타면서 요리 프로그램이 뜨기 시작했고, 거기에 ‘먹방’의 예능적인 요소를 끌어오면서 요리 예능 프로그램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먹방’이 보기만 하는 거였다면 한발 더 나아가 직접 만들어보는 재미를 주자는 생각이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 다양화 요구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반응도 좋아, 최근 들어 CJ E&M이 선보인 요리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시청률을 보였다고 김 팀장은 밝혔다.

그리고 그러한 요리 예능 붐에는 정작 요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면서도 근사하거나 재미있는 남자 스타를 기용하는 것이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삼시세끼’의 나영석 PD는 이서진과 옥택연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 “평소 요리에 뜻이 없는 이서진과 요리 예능을 할 욕심이 있었던 데다, 이서진·옥택연이 나란히 유학파에 도시적인 이미지인 만큼 반전 매력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공동 연출자인 박희연 PD는 “이서진과 옥택연 모두 음식 맛도 모르고, 음식을 만들 줄도 모르지만 요리할 때만은 과정 하나하나에 몰입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CJ E&M 김지영 홍보팀장은 “사회적으로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고 있어 남성 스타를 캐스팅한 요리 예능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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