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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한식 세계화…”스타일 입히자”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한식 세계화…”스타일 입히자”

입력 2015-05-03 11:54
업데이트 2015-05-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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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엑스포서 문체부 주도 반년 대장정 ‘첫발’”이야기·문화 접근 관점 유효 불구 구체성 결여” 지적도

“’옹기’라는 소재를 갖고 발효로 상징화되는 한식의 건강성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개관한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전시의 총 기획을 맡은 차은택 예술감독이 내놓은 기획 의도다.

한국관을 먼저 살펴본 이들의 평가는 대체로 엇갈렸다.

싸이의 ‘행오버’ 등 숱한 흥행작을 내놓은 스타 뮤직비디오 감독의 작품답게 뚜렷한 ‘콘셉트’를 부각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식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던 것.

개막식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차 감독은 일부 부정적 평가를 예상했다는 듯 주저 없이 소신을 밝혔다.

”선진국들은 이제 정보 제공에 치우치는 패널 전시는 하지 않는 경향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목표는 과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것을 뽐내는 전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부끄러운 전시로 흐를 수 있다고 생각했죠.”

0층에서 2층까지 총 3층으로 구성한 한국관은 로봇팔을 활용한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조형물이 어우러진 특색 있는 전시물과 영상물로 꾸려졌다.

특히 미디어아트 일색인 타 전시관과 달리 두 개의 로봇팔에 각각 달린 스크린을 이동하면서 역동감 넘치는 영상을 구현하는 부분은 참신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또 발효 과정을 상징하는 365개의 옹기를 땅에 파묻어 옹기 위에 미디어 아트를 연출한 공간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감상평들이 나왔다.

무엇보다 엑스포 주무부처가 뒤늦게 바뀌는 과정에서 차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은 시점이 지난해 10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 안에 비교적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았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한식에 낯선 유럽 관람객들에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기에는 내용과 구체적 연결 고리가 부족하다는 지적 또한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 관람자는 “건강한 한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연결짓기가 쉽지 않았다”며 “전시관 규모에 비해 단조로운 구성과 치밀함 부족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차 감독은 LED 조명을 활용한 벼 이미지 등 1층의 전시물들을 오는 6월1일까지 추가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엑스포 공인 한국의 날인 6월 23일을 정점으로 보다 완성된 형태의 한국관을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관의 외관에 대해서도 일부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나무로 지붕을 이어 엮어 역동적 모습을 연출한 중국이나, 거대한 그물형 친환경 시멘트로 주변을 압도하는 외관을 연출한 이탈리아 등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뚜렷한 외관의 특징을 가져간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다소 밋밋하다는 지적이다.

김석철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가 설계를 맡고 포스코 엔지니어링이 시공한 한국관은 전체적으로 달항아리를 본딴 순백색의 둥근 외관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반년간의 시공 과정을 거쳐 연면적 3천990㎡ 규모로 준공됐다.

반면 야간에 조명을 사용할 경우에는 은은한 백색 위에 연출하는 특징적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시관을 나온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한식당으로 이어지겠다는 기획 의도가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또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주최측은 영국 런던 등지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CJ푸드빌에 식당 운영을 맡김으로써 특정 기업에 힘을 실어준다는 논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질을 높이는데 역점을 뒀다.

CJ푸드빌 비비고는 음식의 질 면에서 이 같은 문체부의 희망사항을 상당 부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비비고는 각각 ‘조화’와 ‘치유’, ‘장수’의 주제하에 ‘한상 차림’으로 구성한 6가지 특별 메뉴를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오방색’을 활용한 비빔밥 소반과 해초를 사용한 비빔밥 소반, 맥적구이와 갈비찜 소반, 잡채와 김치 소반 및 백김치 비빔면과 김치 소반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맛본 이들 특별 메뉴들은 유럽인들의 미각에 맞추기 위해 재료 선택과 구성, 식기, 한복식 유니폼이 제법 익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현지인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다듬고 준비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전시관을 나온 관람객들의 눈앞에 ‘좌판’처럼 등장하는 상품 진열대와 전면에 노출된 ‘비비고’ 상표는 상업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참석한 한 관계자는 “CJ측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식 세계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점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노출이 오히려 그 공헌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깎아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엑스포에서 한국관과 일본관은 여러모로 닮아 있어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 나라 전시관은 모두 미래의 음식을 테마로 삼아 미디어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 동선 상에서 식당을 연결한 점 등이 꼭 닮은 부분들이지만, 아무래도 한국측 공력이 달린다는 게 현장을 살펴본 이들의 대체적 평가다.

일본의 강점으로는 무엇보다 이미 세계화한 일식과 일식 문화 자체를 꼽을 수 있다.

벼가 촘촘히 자라는 논 위를 거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 암실 속에서 구현한 미디어아트, 라이브쇼와 미디어테이블까지 동원해 촘촘하게 펼쳐보인 다양한 일본 음식과 문화의 향연은 눈과 귀, 또 입맛까지 다시게 만드는 경험을 안겼다.

물론 일본관에 대한 감상평이 찬탄 일색은 아니다. 일본관을 둘러본 다른 취재기자는 “일본이 그간 쌓아온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면서도 “그러나 엑스포 준비 과정에서 특별히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과장된 표현 등은 눈에 거슬렸다”고 말했다.

엑스포를 돌아본 이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결국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한식으로 우뚝 서기 위해선 우리만의 이야기를 과장되지 않게 공감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엑스포 개막식에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음식은 우리에게 장소와 시간을 ‘리콜’(되돌리기)하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문화”라며 “그간 우리 음식이 일본의 ‘스시’를 못 따라갔던 이유는 우리가 한식 세계화에 있어 너무 산업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감독이 전시회 기획을 통해 제안한 ‘건강한 한식’이라는 메시지 혹은 인상을 구체적인 한식의 이야기와 연결짓는 것은 이제부터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로 보인다.

김 장관은 “한식에도 스타일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지만, 발걸음을 서두르기보다 제대로 된 문제의식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돼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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