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에 천만 돌파 ‘암살’…20대에 통한 독립운동사

광복 70년에 천만 돌파 ‘암살’…20대에 통한 독립운동사

입력 2015-08-14 14:06
업데이트 2015-08-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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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과 배우들은 누적 관객 수 얼마를 돌파하면 어떤 일을 하겠다는 ‘흥행 공약’을 내걸곤 한다.

’암살’의 주연 배우 이정재가 내건 공약은 “815만명을 넘으면 관객들과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815만명은 물론 광복절인 8월 15일을 뜻하는 숫자다. ‘암살’은 결국 이 숫자를 넘어 광복 70주년이 되는 날에 1천만 고지까지 넘을 전망이다.

14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전날까지 966만명을 모았으며 이르면 임시공휴일인 이날 밤, 늦어도 광복절인 15일에는 1천만명 돌파가 확실하다.

독립운동가들의 암살 작전을 그린 이 영화는 무거운 소재인데도 ‘감동’을 무기로 기존의 천만 영화들보다 두드러지게 20대 젊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국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중심으로 1천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하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은 2003년 ‘실미도’(감독 강우석)가 처음 1천만명을 돌파했던 시대보다 ‘천만 영화’ 내기가 수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계에서는 “천만 영화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통용된다. 영화를 기획할 때는 예측하기 어려운 개봉 당시의 사회적 상황, 시대적 흐름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광복 70주년은 예정된 일정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등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단단한 구심점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일본 정부가 그릇된 역사인식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 애국심이 고취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리라고는 ‘암살’ 제작진으로서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명량’과 ‘국제시장’의 ‘대박 흥행’, 올해 ‘연평해전’의 ‘깜짝 흥행’에 이어 ‘암살’의 흥행 성공에 이르기까지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암살’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그 시기가 가장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큰 보상을 받거나 후대에 널리 기억되지 못한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감동적으로 다룬 점이 관객들에게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암살’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흥행몰이를 했다는 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CGV 리서치센터가 ‘암살’의 관객을 지난달 22일 개봉 이후 지난 12일까지 분석한 결과, 20대가 36.10%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40대가 각각 25%, 25.5%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오히려 화려한 첩보액션을 보여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40대 관객의 비중이 34.7%에 달할 정도로 중년 관객의 호응을 받았고 20대와 30대가 각각 26%, 26.5% 비중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기존 ‘천만 영화’와도 다른 양상이다. 전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보는 영화가 되려면 극장의 주 고객인 20대 외에 30~40대가 고루 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역대 최대 흥행작인 ‘명량’(감독 김한민, 1천761만명)도 20대 관객이 29.4%, 30대가 28.7%, 40대가 30.7%였고 2위 흥행작인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1천425만명) 역시 20대 29.4%, 30대 28.6%, 40대 30.7%로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암살’이 묵직한 주제와는 별도로 최동훈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있는 오락영화로 완성됐다는 점이 통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암살’ 이전에 ‘타짜’, ‘도둑들’로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최 감독은 쟁쟁한 배우들을 다수 기용해 개성 있는 캐릭터의 옷을 입힘으로써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온 감독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요즘 관객은 영화를 고를 때 캐릭터를 중요하게 보는데 최동훈 감독의 ‘멀티 캐스팅’ 전략이 통했다”며 “여러 캐릭터가 각각 기능을 해 관객이 저마다 좋아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 한 명은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충무로 톱스타 외에도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 이경영, 김해숙 등 많은 배우가 비중 있게 출연했다.

그동안 남성에 비해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독립군의 상징처럼 내세웠다는 점 역시 젊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요인으로 꼽힌다.

전지현이 무거운 장총을 들고 연기한 안옥윤은 독립군 소속 저격수로, 영화에서 시종 활약하며 친일파 척결에 나선다.

이 영화와 맞물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곽낙원, 남자현, 권기옥, 조마리아 등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되새겨보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암살’ 배급사인 쇼박스 측도 “젊은 관객들이 ‘멋있다’, ‘감사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며 “재미와 의미, 양쪽으로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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