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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 최숙희, 초기작 표절 시인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 최숙희, 초기작 표절 시인

입력 2015-09-24 22:42
업데이트 2015-09-2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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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 일본 작품 개념 가져와””신인 시절 편집자가 제안…인식 부족했다”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 최숙희씨가 자신의 초기작에서 표절이 있었으며 다른 한 작품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 다른 작가 그림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시인했다.

최씨는 24일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이 1998년에 펴낸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보림)가 일본 작가 세가와 야스오의 1967년작 ‘이나이 이나이 바아’에서 “개념을 가져온 것이 맞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어 “책을 좋아해 준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사과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아이가 이 책을 정말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에 납덩이를 올려놓은 것 같았다.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최씨는 세계적 권위의 볼로냐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괜찮아’, ‘나도 나도’ 등 여러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쓰고 그렸다.

최씨는 “사보나 잡지 일을 주로 하던 신인 시절, 출판사 편집자 두 사람이 찾아와 해당 일본 책을 참고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까꿍 놀이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며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림에 해당하는 인세 6%를 받고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십이 지신 동물이 까꿍 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린 이 책은 2003년부터 간간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책은 작가와 출판사가 공동 기획해 양측에 공동 저작권이 있다.

최씨는 “표절 의혹이 일었을 때 출판사에서 밝혔듯 더 발전한 다른 책을 선보이면 된다고 생각해 ‘열두 띠 동물 둘이서 까꿍’이란 새 책을 만들었다”며 “곧 원래 책을 절판하고 이 책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는 지난해에야 영구 절판됐다.

최씨는 “모든 것이 당시 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일인 것 같다”며 “그 책의 콘셉트를 차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을 못했다는 점, 기획이 어디서 왔건 제 이름을 걸고 만든 책인 만큼 그 책과는 다른 책을 만들려고 더 노력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사과했다.

보림출판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책을 기획할 때 해당 일본 작품뿐 아니라 유럽의 까꿍놀이 책도 참고용으로 있었고, 다른 문화권처럼 한국의 까꿍놀이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직접 표절을 제안하고 비슷하게 만들자고 한 것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출판사도 그림책 제작에 철저함이 부족했다”며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가의 대표작을 영구 절판함으로써 저희도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씨의 2002년작인 ‘강물을 삼킨 암탉’(웅진)은 여우와 강물 등을 묘사한 그림이 미국 작가 레인 스미스의 ‘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2010년 국내 번역 출간)의 장면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최근 인터넷 카페에서 제기됐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스미스는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작가”라며 “그러다 보니 ‘강물을 삼킨 암탉’을 작업하면서 저도 모르게 ‘스팅키 치즈맨’(원어 제목)을 떠올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도 신인이어서 자기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동서양 명화와 외국 작가 그림을 따라 습작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며 “조금 더 예민하지 못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럽다”고 말했다.

최씨의 최신작인 2013년작 ‘너는 어떤 씨앗이니?’(책읽는곰)도 섬꽃마리 그림이 국내 작가 백지혜씨의 2007년작 ‘꽃이 핀다’(보림)의 꽃마리 그림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책 출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백씨가 먼저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이 책은 표절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백씨의 ‘꽃이 핀다’는 저도 출간 당시부터 좋아했으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공식적으로 추천했다”며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로 인해 마음의 짐을 짊어진 제가 어떻게 감히 남의 작품을 베낄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최씨는 “백씨에게 제 작업 의도와 과정에 대해 설명했고, 그럼에도 먼저 그린 작가가 고통스럽다면 나중에 그린 제가 그림을 바꿔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실제로 출판사에 요청해 해당 장면을 수정·대체했다.

책읽는곰 관계자는 “당시 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정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작가가 고통스러워하며 강력하게 수정을 원해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며 “그림 대상 자체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림이 유사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예술작품처럼 그림책도 저작권 관련 규정이 거의 없는 데다, 유아용 그림책은 묘사 대상 자체가 단순해 논란이 일기 쉬운 만큼 그림책 저작권과 표절 관련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동화 평론가는 “아이들 생활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소재가 단순하고 메시지가 한정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사성이 자주 발견된다”며 “게다가 그림책 작업에는 출판사가 깊이 개입하는 사례가 많아 누가 어느 선까지 책임이 있는지 불분명한 만큼 관련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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