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상파울루 할아버지 “서울 손자들아 내 그림 보렴”

from 상파울루 할아버지 “서울 손자들아 내 그림 보렴”

임병선 기자
입력 2016-11-30 18:37
수정 2016-11-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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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씨, 모니터에 손수 그린 그림 인스타그램에 올려 팔로어 4만명

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주하고 있는 이찬재씨가 손수 그린 그림을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아들 이지별씨는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그림 하나를 사들였다. 인스타그램 캡처
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주하고 있는 이찬재씨가 손수 그린 그림을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아들 이지별씨는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그림 하나를 사들였다.
인스타그램 캡처
브라질로 이민 간 75세 한국 할아버지가 서울로 돌아간 세 손자들에게 옛날 얘기나 공룡 얘기, 한국문화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손수 모니터에 그린 그림들이 많은 이들에게 먹먹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30일 영국 BBC는 1981년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민을 떠난 이찬재(75)씨와 그의 아들이며 페이스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이지별(45)씨의 사연을 다루며 이찬재씨가 그린 상상력 넘치는 그림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찬재씨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벌써 4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75세 어르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란 낯선 매체를 활용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이지별씨가 모니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가르친 사연도 작지 않은 감동을 안긴다.

이지별씨 부부는 나중에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고, 여동생 부부가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지별씨는 뉴욕 자택에서 BBC 기자와 만나 “아버지는 은퇴한 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시는데 자동차를 운전해 학교에 등교시키는 게 하루 일과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귀국한 뒤 하릴이 없어져 어머니와 난 그 점을 걱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시니 아버지가 빠르게 늙고 우울증에 걸릴까봐 많은 걱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몇개월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을 싫어하는 아버지를 달래가며 모니터에 손수 손주들을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아들의 제의에 손사래를 쳤다. 아들이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조차 몰랐다. 아버지는 자신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왜 공유해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아버지를 가르쳐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매일 옆에 앉아 가르쳐드렸다. 그림을 그리면서 함께 아들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변곡점이 나타났고 결국 아주 빨리 배우시게 돼 하루면 그림 하나를 뚝딱 그리게 됐다. 어머니가 얘기를 쓰고 아버지가 그림으로 생명을 불어넣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아더, 앨런과 아스트로 세 손자가 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주하는 75세 할아버지 이찬재씨의 우주와 다름 없다.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에 살고 있는 아더, 앨런과 아스트로 세 손자가 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주하는 75세 할아버지 이찬재씨의 우주와 다름 없다.
 인스타그램 캡처
더 중요하게는 그림마다 하나의 교훈을 담고 기억을 공유하거나 개인적 메시지를 담도록 했다. 영어와 한글, 포르투갈어로 옮겨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려는 노력도 했다. 예를 들어 “네 할머니는 슈퍼우먼이야. 아기를 안고 등에 또 한 아기를 업었다. 얘들아, 이건 잊지 말거라”라고 적었다.

이찬재씨가 그린 아내와 두 손자들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이찬재씨가 그린 아내와 두 손자들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이지별씨는 한걸음 나아가 아버지와 아이들의 사연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려 1만 8000여건의 댓글이 달리고 130만명이 시청했다. 그는 세계의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 이 모든 일의 가장 빛나는 성과라고 말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내 동영상을 공유하고 반응했다. 많은 이들이 우리 얘기를 공유하게 한 데 대해 감사한다는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제주 해녀들을 그린 이찬재씨의 그림. 인스타그램 캡처
제주 해녀들을 그린 이찬재씨의 그림.
인스타그램 캡처
이찬재씨가 그린 태권도 대련 장면. 인스타그램 캡처
이찬재씨가 그린 태권도 대련 장면.
인스타그램 캡처
이찬재씨가 그린 공룡 그림 등. 인스타그램 켑처
이찬재씨가 그린 공룡 그림 등.
인스타그램 켑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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