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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년범, 나 역시 분노”…김혜수·김무열이 말하는 ‘소년심판’ 비하인드

[인터뷰] “소년범, 나 역시 분노”…김혜수·김무열이 말하는 ‘소년심판’ 비하인드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3-08 16:44
업데이트 2022-05-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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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범죄는 아이들 개인이나 판사, 관계자만의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 어른들이,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죠.”

최근 화상으로 만난 배우 김혜수의 말이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이 국내외에서 묵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0부작 시리즈를 이끄는 건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과 “아이들은 기회를 주면 바뀐다”고 믿는 판사 차태주(김무열)다. 두 배우는 화상 인터뷰에서 “단편적 시각으로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소년범을 더 깊게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는 다양한 관점으로 소년범죄를 바라본다.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까지 다루며 제각기 다른 판사 4명의 시각을 제시한다. 심은석이 차가운 머리라면 차태주는 뜨거운 가슴에 가깝다. 당연히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부터 부딪치고,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나근희(이정은)와도 건건이 대립한다. 그러나 그 밑에 두껍게 깔려 있는 건 소년에 대한 고민이다.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김혜수는 심은석에 대해 “‘혐오’라는 강력한 대사로 시작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며 “사안을 냉철히 들여다보고 실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나 역시도 촉법소년 문제나 소년범죄 등이 언론에서 보도되면 분노하고, 나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작품을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그 시선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닫게 됐다”고 돌아봤다.

“보여 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라는 심은석의 대사는 일견 소년범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히지만 그 의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적으로 다가온다. 처음 저지른 비행에 대해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때, 잘못을 혼내고 가르치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을 때, 법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은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한다.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줘야 한다는 말은 그 아이들의 미래까지도 고심하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차태주는 소년부 판사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이상향에 가깝다. “충분한 관심이 주어지면 아이들도 갱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다른 판사들에 비해 자기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지 않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보듬는다.

그를 연기한 김무열은 “초반 1~2회 정도 분량을 찍고 ‘이렇게 힘을 빼고 연기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컸는데, 김혜수·이성민 선배님이 연기가 좋다고 칭찬해주시더라”며 “그때부터 캐릭터에 대해 확신이 생겨 뒤돌아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극중 사건은 초등생 유괴 살인, 무면허 뺑소니 사망, 집단 성폭행 등 실제 국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현실을 토대로 각색됐다.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기 위해 배우들 역시 실제 소년부 판사들을 만나 얘기하고, 직접 소년법원에 가는 등 치열하게 고민했다.

김무열은 “법정에서 판사님이 자리에 앉은 뒤 기록을 살피는 짧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의 침묵이 정말 무겁게 다가왔다”며 “판사가 내리는 결정이 한 인간,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절절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 역의 김혜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 역의 김혜수. 넷플릭스 제공
김혜수는 “비행 이후 부모와 같이 심리·교육 프로그램을 들으며 진심으로 노력하고 바뀐 아이가 있었는데, 판사님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세 번 하시더라”면서 “아이라고 책임이 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청소년 범죄는 가변적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관심을 주면 그만큼 바뀐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는 잔인하기만 한 사건을 앞세우기보다 소년범죄의 현실을 면밀히 짚는다. 강력범죄보다 절도 같은 ‘생활 밀착형’ 범죄가 더 많다는 점에 주목했고, 가정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어떻게 비행에 빠지는지 섬세하게 묘사한다. “소년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라 물드는 것”이라는 대사는 청소년 시기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짚어 내고, 시설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집단 탈출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시설 운영자 개인이 국가와 법의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 스틸. 넷플릭스 제공
그리하여 드라마는 마침내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는 사과로 끝을 맺는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전하는 미안함이자 범죄의 길로 가도록 버려진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건네는 사과다.

김혜수는 “촬영 후 이번에 완성된 드라마를 직접 보니 소년범의 현실에 맞게 법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년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며 “더 깊게 들여다보고, 사건의 이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처분은 소년범에게 내리지만, 이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껴야 한다’는 대사가 가장 와닿는다. 한번쯤은 외면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소년범 문제를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열은 “이번 작품을 통해 소년범죄엔 열악하고 취약한 시스템, 그 근원에 있는 가정폭력, 인력 부족 등 포괄적이고 방대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당장은 해결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엉켜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우리가 만난 아이들 = 이근아·김정화·진선민 지음

일간지 기자인 저자들이 2020년 4∼11월 소년범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책은 ‘소년범의 탄생’부터 ‘소년범의 홀로서기’까지 다룬다. 저자들은 소년범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며 이들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사회에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소년범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년의 죄’는 결국 ‘우리 사회의 죄’임을 밝힌다.이는 어느 누구도 외면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책이다. 소년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가해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들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한 번의 따듯한 손길만으로 변화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고 호소하는 책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기보다” 눈앞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이미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아이를 놓쳐버린 게 아닐까?” 이 책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책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당신이 어른이라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길, 벼랑 끝에 서 있는 소년의 손을 잡아주길. 소년범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김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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