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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만에 매진된 창덕궁 달빛기행, 그래도 예매 기회는 있다

3초 만에 매진된 창덕궁 달빛기행, 그래도 예매 기회는 있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4-20 18:35
업데이트 2022-04-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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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내 부용지 야경.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창덕궁 후원 내 부용지 야경.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돌아온 ‘창덕궁 달빛기행’이 3초 만에 매진되며 여전한 인기를 보여 줬다. 이번 달빛기행에는 희정당 권역이 새로 추가되면서 고궁의 밤을 더 풍요롭게 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21일부터 창덕궁 달빛기행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개방을 앞두고 19일 취재진과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초청해 100분 정도에 걸쳐 펼쳐진 사전 공개 행사를 가졌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 이날 참가자들이 모이자 수문장이 “문을 여시오”라고 크게 외쳤다. 한동안 밤의 풍경을 감추고 지냈던 창덕궁이 천천히 환하게 드러났고, 관람객들은 청사초롱을 들고 안내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펼쳐지는 창덕궁의 모습에 외국인 관람객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인정문이 불을 밝힌 모습.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인정문이 불을 밝힌 모습.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고궁의 속살이 드러난다.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아래 인정문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관람객들은 인증샷을 찍으며 인생에 몇 없을 특별한 순간을 기념했다.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인정전의 야경.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인정전의 야경.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인정문을 지나 인정전에 다다르면 왕이 밤늦게까지 나랏일을 살피던 풍경을 상상할 수 있다. 인정전 내부에는 옥좌와 일월오봉도, 근대에 설치된 서양식 조명도 볼 수 있다. 웅장하고 근사한 풍경에 취재진은 물론 관람객들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인정전을 지나면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희정당의 야경이 나타난다. 희정당은 왕의 비공식적인 집무실로 1917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20년 경복궁의 강녕전을 옮겨 재건했다. 최근 2년여에 걸쳐 희정당·대조전 영역의 전등과 전기시설을 현재의 안전기준에 맞게 보수⋅재현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희정당 야경.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희정당 야경.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내부에는 근대식 응접실을 엿볼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내부에는 근대식 응접실을 엿볼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근대식으로 재정비된 건물답게 희정당의 야경은 다른 건물들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건축 양식도 색다르고 서양식 샹들리에로 꾸며진 응접실도 볼 수 있다. 희정당과 함께 처음 공개된 대조전 역시 관심을 끈다.

희정당을 지나 문살의 무늬가 서로 다른 낙선재의 문들을 구경하고 나면 상량전에서 울려 퍼지는 대금 소리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전통의 소리를 듣다 보면 달빛 아래 고풍스러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상량전에서 대금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모습.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상량전에서 대금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모습.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후원으로 들어서면 달빛기행을 상징하는 부용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부용지에 다다르면 규장각 앞에서 관람객을 기다리던 왕과 왕비, 신하들이 움직인다. 내시 역할을 맡은 연기자가 “주상전하 납시오”라고 외치면 왕과 왕비가 천천히 관람객들을 향해 걸어온다. 조선 시대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대면이지만, 지금은 왕과 같이 기념사진을 남길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
조선시대 연기자들과 기념 촬영하는 외국인 가족.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조선시대 연기자들과 기념 촬영하는 외국인 가족.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부용지부터는 국악의 향연이다. 가야금 연주가 들리는 부용지를 지나 애련정에 다다르면 가곡이 들린다. 계속 끝까지 지켜보면 부르시는 분들이 힘들 수 있으니 맛보기를 마쳤으면 자리를 비켜주는 것도 예의가 될 수 있다. 애련정도 기존에는 그냥 지나치던 공간이지만 가곡 공연을 추가했다.

모든 관람을 마치면 이제 마지막으로 연경당에 다다르게 된다. 연경당은 아버지 순조에 대한 효명세자의 효심이 담긴 공간으로 궁궐 내에 사대부집과 유사한 형태로 지어진 주택이다. 효명세자는 후원에서 사색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고종과 순종대에 이르러 연회를 베풀고 외국 공사들을 접견하는 연회 공간으로 주로 활용됐다.
애련정에서 가곡을 들을 수 있는데 관람객들이 비켜줄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부른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애련정에서 가곡을 들을 수 있는데 관람객들이 비켜줄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부른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마지막으로 준비된 공연은 박접무와 봄 산조춤이다. 오늘로 따지면 금수저 엄친아인 효명세자는 예술에도 재능이 많아 박접무를 만들었는데,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루이 파블로스키군은 부모님과 함께 달빛기행을 만끽하고는 “사람들이 나와서 춤췄다”면서 “공연이 가장 좋았다”고 웃었다. 프랑스 출신의 아버지 로헝 파블로스키씨도 “정말 우아하고 놀라웠다”며 고궁의 밤을 거닌 소감을 전했다.
전통 공연이 펼쳐지는 연경당.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전통 공연이 펼쳐지는 연경당.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공연을 마치면 100분에 걸친 시간여행이 진짜로 끝나게 된다. 관람객들은 안내를 받아 돈화문에 다다르게 된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오는 6월 12일까지 목∼일요일에만 진행된다. 관람료는 3만원으로 예매는 진작에 마감됐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궁중문화축전 기간인 다음 달 12~22일에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축전 기간 관람권은 29일부터 판매되며, 관계자에 따르면 3초 만에 마감되느라 클릭이 빠른 사람만 볼 수 있는 불행을 막기 위해 접수를 받아 랜덤으로 추첨할 예정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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