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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봉사한 어머니…찬미가 ‘성본’ 바꾼 이유

15년간 봉사한 어머니…찬미가 ‘성본’ 바꾼 이유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06-16 12:16
업데이트 2022-06-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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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귀한 가르침 배워
이혼 아버지에 양해 구해 
“인생 제2막 응원해달라”

“엄마 성으로 바꾼 이유는” 찬미 유튜브
“엄마 성으로 바꾼 이유는” 찬미 유튜브
“성은 본(本)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내 모든 것의 뿌리가 엄마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았고, 앞으로 저는 엄마랑 같이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엄마의 성을 따라서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걸그룹 AOA 멤버 찬미가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해 15년간 가출 청소년을 돌봐온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찬미의 어머니 임천숙씨는 경북 구미시 황상동 버스 종점 인근에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의 엄마로서 15년간 봉사를 하고 있다. 임씨는 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용실을 청소년 쉼터처럼 느낄 수 있도록 머리를 무료로 손질해주고 음식도 제공하고 있다.

한 가출 청소년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짧으면 일주일 길게는 2년 정도를 가족처럼 집에서 보낸 아이도 있었다. 임씨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미용실) 수익이 안 나서 부업까지 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찬미는 “내 롤모델은 엄마다. 엄마처럼만 살면 후회 없을 것 같다”라며 최근 김찬미에서 임찬미로, 엄마 성(姓)을 따라 성본을 변경했다고 알렸다.

찬미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나고 싶다.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도 엄마 딸로 태어나면 그런 건 상관없다”라며 사랑을 표현했다.
성본변경 청구인 가족이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열린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에 아이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성본변경 청구인 가족이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열린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에 아이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김찬미 아닌 ‘임’찬미”
찬미는 어릴 적 이혼한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 어머니의 성으로 변경할 수 있었다.

2005년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됐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한국의 민법(781조 1항)은 2008년부터 “부모가 혼인신고 시 협의한 경우”에 엄마 성을 따를 수 있게 개정됐다.

지난해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하는 ‘부성 우선주의’를 깨고 어머니의 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던 부부는 서울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이에 생후 6개월 된 A씨 부부 자녀는 어머니 성과 본을 따르게 됐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부모가 혼인신고 때 미리 협의한 경우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물려줄 수 있지만 A씨 부부의 경우 혼인신고 당시 자녀 계획이 없어 별도 협의서를 내지 않았다.

A씨 부부는 결혼 이후에야 출산 계획이 생긴 부부의 자식은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도록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법원에 성·본 변경허가 청구를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A씨 부부는 출생신고 기본서식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게 설계되는 바람에 결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성본 변경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
성본 변경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
부성우선주의 혼인신고서

A씨 부부처럼 출생신고가 아니라 혼인신고 때 “엄마 성을 따르겠다”는 별도 협의서를 내지 않으면 자녀가 엄마 성을 따르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법원에 가서 ‘자녀의 성·본 변경’ 신고를 하고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출석하지 않으면 인감증명서와 서명에 대한 공증서를 내야 한다. 성·본 변경 제도는 재혼 가정에서 자라는 자녀를 위해 도입된 것이어서, 이혼처럼 특정한 사유가 없으면 변경 허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해외는 성 선택 규제 없어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는 부모의 성씨 가운데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고, 따로 선택하지 않으면 엄마 성을 따른다. 독일의 경우도 법적으로 출생신고 때 어머니 성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고 부모의 성을 둘 다 사용할 수도 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다른 성 씨를 물려주기도 한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그 동생 베에타 에르만이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따른 것이 그 예다.

미국은 혼인신고가 아닌 자녀의 출생신고 시 부모가 성 씨를 선택하게 한다. 부모의 성이 아닌 새로운 성을 써도 대부분 주에서 규제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아이가 18세가 됐을 때 자신의 성을 바꿀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가정 내 성폭행이나 아동학대를 겪었던 피해자가 가해 부모의 성을 계속 따르지 않아도 되게끔 해 준다는 의의도 있다.

중국에서도 엄마 성씨를 붙여주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2018년에 신생아 10명 중 1명꼴로 엄마 성을 따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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