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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우영우는 나보다 더 어른…씩씩한 용기, 계속 생각날 것”

박은빈 “우영우는 나보다 더 어른…씩씩한 용기, 계속 생각날 것”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8-23 18:22
업데이트 2022-08-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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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이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시청자 반응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는 첫 회 0.9%(닐슨코리아 비지상파 유료가구)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13~14%를 훌쩍 넘겼고, 지난 18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17.5%를 찍었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시청시간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사랑받으며 웹툰으로 만들어졌고, 뮤지컬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나무엑터스 제공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이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시청자 반응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는 첫 회 0.9%(닐슨코리아 비지상파 유료가구)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13~14%를 훌쩍 넘겼고, 지난 18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17.5%를 찍었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시청시간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사랑받으며 웹툰으로 만들어졌고, 뮤지컬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의 테이블엔 손으로 일일이 쓴 ‘족보’가 있었다. 기자들에게서 쏟아질 예상 질문과 답, 장애 관련 학술 용어를 A4 용지에 미리 정리해 둔 필기가 탁자 위에 빼곡했다. 답변을 주저할 때도 있었지만, 이내 상대에게 몸을 돌려 눈을 맞추고 말을 이어 갔다.

단어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랐고, 매번 온 마음을 담아 말했다. 전국에 ‘우 투더 영 투더 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박은빈(30) 얘기다.

“장애, 진정성 갖고 다룰 수 있을까…부담 탓에 출연 고민”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은빈은 내내 겸손하고 조심스러웠지만, 자신만의 따뜻하고 확고한 중심은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청자를 우영우 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숙제가 있었는데, 이번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려는 여러 시도가 일어난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며 “이상하고 별나지만 우리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삶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영우’ 촬영은 지난해 말 KBS2 드라마 ‘연모’를 끝내고 2주 만에 시작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그는 “대본을 보고 좋은 드라마가 될 것 같았지만, 배우로서 그 자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여러 차례 고사했다”며 “위선적이지 않게, 제대로 영우를 그려낼 결심이 서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역의 박은빈.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제공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역의 박은빈.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제공
되돌아보면 장애, 장애인에 대한 고민의 시작은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초등학생 때 같은 반이었던 발달장애인 친구 그리고 그보다 훨씬 자그마한 체구의 어머니가 아들을 데리러 매일 학교로 오던 기억 같은 것들. 심리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했던 대학생 땐 고등학교와 연계한 발달장애인 체험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소통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난감했던 순간도 있었다.

박은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아가 그 방식 자체를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특수교육과 장애인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수강했다”고 말했다. 당시 교수님도 청각장애인이었는데, 그때 들은 말은 머릿속에 깊게 남았다.

“장애인을 ‘장해’로 보지 말 것, 더 다양한 재능과 열린 감각이 있는 만큼 그 사람의 가능성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 것.”

자폐인 영상 일부러 안보고 자료 공부 “사람 개성에 초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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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이 때문에 ‘우영우’를 준비할 때도 실제 자폐인을 모방하지 않기 위해 영상 자료는 일부러 참고하지 않았다. 대신 자문 교수를 만나고, 자폐 진단 기준 등을 공부했다. 그는 “절대 장애를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도의적 책임을 느꼈다”며 “시청자 역시 자폐인 특성이 아니라 영우의 개성 자체에 초점을 맞춰 봐 주시길 간곡히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영우는 공감 능력이 없다거나 무심한 사람이 아니다. 반응 매커니즘이 다를 뿐”이라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열심히 역동하는 인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총 16회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마지막 회에서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친모 태수미와 마주하고 외뿔고래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다. 영우는 자신을 흰고래 무리에 속해 지내는 외뿔고래에 빗대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한다.

박은빈은 “우영우라는 자폐인을 넘어 이 세상 모든 외뿔고래에게 전하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라며 “외뿔고래임을 인정하고, 그게 전혀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영우의 성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박은빈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역할에 매번 진심을 다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스토브리그’, ‘청춘시대’, ‘연모’.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박은빈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역할에 매번 진심을 다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스토브리그’, ‘청춘시대’, ‘연모’. 나무엑터스 제공
1996년 아역 배우로 데뷔한 박은빈은 학업에 전념했던 2015년 외엔 한 해도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채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5년 동안 했던 작품만 ‘청춘시대2’(JTBC), ‘스토브리그’(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SBS), ‘연모’ 등 굵직하다.

그는 “쉬지 않고 꾸준히 여러 역할을 하다 보니 많은 작품에서 학습이 된 것 같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니 이런 날도 온다”며 웃었다.

“자극 정도를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미디어에서 나쁘기보단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합니다. 적어도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에 마음이 끌려요.”

“선한 영향력 미치는 작품 좋아…영우에게서 용기 배워”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우영우’ 때는 선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유독 깊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다. 박은빈은 “‘봄날의 햇살’ 최수연, ‘권모술수’ 권민우 등은 영우가 새로운 세상과 맞부딪치면서 마주하는 한 캐릭터의 특성일 뿐”이라며 “늘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찰도 있으면 화합도 있는 법이다. 결론적으로는 한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하며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 면면을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 수만, 수억명의 사람들이 다 각양각색으로 빛날 것 같다”고 밝혔다.

‘우영우’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시청시간 1위에도 오르며 시즌2 제작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 박은빈은 “마지막에 ‘내 감정은 뿌듯함’이라는 영우의 대사와 함께 드라마가 끝나는데, 그 상상만으로 저는 행복하다”며 “지난 7개월간 진심을 다해 흠뻑 빠져 살았던 만큼 다시 기대에 부응할 후속작을 선보이려면 엄청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바다 로펌 멤버들. 강기영 인스타그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바다 로펌 멤버들. 강기영 인스타그램
우영우를 통해 배우로서 가장 많이 얻은 건 뭘까. “두려움에 맞서는 씩씩한 용기”라는 게 박은빈의 대답이다.

“영우는 어른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고,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그걸 좋은 데 쓰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낯설고 불편함을 뛰어넘어 ‘해 보겠다’고 하는 영우의 말이 제겐 마법의 주문 같았어요. 앞으로도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스스로 움츠러들 때 영우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김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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