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③Blue Train

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③Blue Train

입력 2012-02-22 00:00
업데이트 201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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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 www.southafrica.net



”

1 열차가 아니라 호텔이다. 아니 궁전이다. 그래서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승무원이 아니라 버틀러이자 바텐더이자, 셰프들이다 2 주류를 포함해 모든 음료를 무제한 제공하는 클럽 카는 24시간 문을 여는 사교의 장, 조용한 파티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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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Train

최고의 순간들이 모인 27시간

기차는 1박2일 동안 달렸다. 프레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1,600km의 거리를 27시간에 걸쳐 달렸다. 그러니 최대 시속은 90km를 넘지 않았다. 의자에 엉덩이를 꼭 붙이고 앉아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여행에 익숙해진 내게로 햇살처럼 어색한 시간들이 쏟아졌다.

조용하고 특별한 파티

Suite 32, 객차에 앉아 밖을 내다보다 질리면 긴 복도를 하릴없이 왕복하기도 하고, 클럽 카Club Car 객차에 가서 무한 리필이 되는 빌통Biltong1)에 맥주를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TV를 켜지 않았다. 심심하다기보다는 어쩔 줄 몰랐다는 표현이 옳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은 조용한 파티였다. 정 인원 58명, 그날의 승객은 40여 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정말로 ‘특급 호텔’과 같았다. 등록을 하고 짐을 맡긴 후 라운지에 앉아 음료를 즐기고 있으면 담당 버틀러가 다가와 객실을 안내해 주었다. 바닥부터 히터가 들어오는 객실은 아늑하고 깨끗했으며, 용품들은 모두 특급호텔의 그것이었다. 올인크루시브 리조트처럼 모든 식사와 간식 그리고 와인 등의 주류까지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열차의 주방은 마치 증기기관차처럼 열기가 가득했고, 그 열기 사이로 최고의 정찬 요리들이 명품 그릇이나 은 식기에 담겨져 나왔다.

담당 버틀러가 객실에서만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했었다. 브런치 때나 오후의 하이티, 혹은 저녁 만찬이나 라운지 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끈끈한 인연이 되는 것, 그것이 블루트레인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이라고 했다. 내가 누린 특혜 속에는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아공 사람들이 있었다. 라디오 방송국 디제이라는 남자는 열차에서 마주칠 때마다 남아공의 아름다운 곳들을 마치 ‘방송하듯’ 줄줄 읊었다. 지난 20여 년 사이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대해 남아공의 백인들, 아프리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지배, 피지배, 혹은 부와 가난이라는 척도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던 남아공 사람들이 친절하고, 유쾌하고, 진지한 사람들로 생생하게 살아나자, 조금 핼쑥하게 시작했던 남아공 여행에 비로소 핏기가 도는 것 같았다.

킴벌리의 ‘빅 홀’에 빠지다

크루즈에 기항지가 있듯이, 블루 트레인에도 짧은 투어가 진행되는 중간 정착지가 있다. 하행 열차의 중간 정착지는 노던 케이프Northern Cape주의 주도인 킴벌리Kimberley였다. ‘다이아몬드 수도’라고 불리는 곳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그룹 ‘드비어스’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손톱보다 작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세계 최대 크기의 다이아몬드 광구인 빅 홀Big Hole이었다. 1.6km나 되는 채광구의 깊이는 상상의 크기를 능가했다. 1914년 폐쇄까지 무려 2,700kg의 다이아몬드를 토해내며 도시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던 땅은 이제 풀썩 주저앉은 모습이었다. 마치 운석이 충돌했거나 거대한 지각운동이 벌어진 듯 크고 깊은 구멍만이 남았다. 다이아몬드 뮤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다이아몬드 전시실. 아무리 귀한 66캐럿2) 다이아몬드 원석일지라도 깎아야만 제 빛을 찾을 수 있을 터인데,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가장 높이는 최고의 기술은 58면, 브릴리언트 컷Brilliant Cut이라고 했다. 그 빛에 눈이 멀어 버리면 채광권을 두고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살인의 비극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함부로 눈을 팔 물건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같은 풍경들



내게 한시도 눈을 떼고 싶지 않았던 보석은 남아공의 풍경이었다. 황량한 반사막, 아직은 푸른 포도밭, 농장의 타조 떼들이 느린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풍경들은 저녁이 되자 해와 함께 소멸해 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왔을 때 낮 동안 계속 소파였던 의자는 침대로 변신해 있었다. 약간 좁지만 높고 푹신한 침대였고, 침구는 포근하기 그지없었다. 기차는 계속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잠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규칙적인 리듬으로 안정감마저 느껴졌다. 잠을 방해한 것은 해였다. 커튼을 치지 않고 잠 든 것이다. 남아공의 해돋이는 인상적으로 강렬한 것이었다. 아직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는데 조각해의 햇살은 마치 누군가 내 눈을 향해 빔을 쏘아대는 기분이었다. 브릴리언트 컷 따위를 하지 않아도 태양은 자신의 열정으로 타오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빛이었다.

1)빌통 우리의 ‘육포’와 같은 빌통은 남아공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간식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빅매치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티켓을 미리 확보했다가 빌통과 교환하겠다는 광고를 신문에 내기도 한다.

2)캐럿 어원이 캐럽Carob으로 작은 열매의 씨를 부르는 이름이다. 적절한 도량형이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그 씨앗의 평균적인 크기를 1캐럿으로 불렀는데, 현재 1캐럿은 200mg이다.

”about 블루 트레인

소식을 싣고 달리던 열차.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영국으로 보내야 할 우편물을 싣고 달리던 유니온 익스프레스가 1923년부터 시작된 블루 트레인의 전신이다. 이후 객차가 덧붙여지면서 ‘럭셔리 열차’ 시대를 열었고 2차 세계대전 동안의 공백을 넘긴 후에는 ‘바퀴 위의 궁전’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1997년부터 선로를 달리고 있는 새로운 차량은 ‘호화로움’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 남아공 로보스 레일,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인도의 팰리스 온 힐과 함께 세계 최고의 호화열차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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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차량 Train Set 1(74인승)/Train Set 2(58인승) 길이 17량 370m/16량 349m 운행구간 프레토리아~케이프타운(1,600km), 차터시 별도 노선 가능 속도 최대 시속 90km 소요시간 27시간 객차종류 디럭스 스위트(트윈 or 더블 침대, 샤워시설), 럭셔리 스위트(트윈 or 더블 침대, 욕조시설) 객차시설 책상, 개별냉난방 시스템, TV·라디오 채널, DVD 대여, 버틀러 서비스 냉난방 객차별 온도조절 18~24℃ 중간 정착지 킴벌리(하행), 마티에스폰테인(상행) 예약 및 문의 프레토리아 012-334-8459 케이프타운 021-449-2672 www.buletrain.c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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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Residence, Franschhoek

남아공식 부티크를 묻는다면

프랜치훅 밸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테라스 너머의 ‘경치’로 가지고 있는 라 레지던스는 자타공인의 부티크 리조트다. 실제로 ‘남아공 최고의 리조트’라는 이름의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총지배인 에드워드Edward Morton씨의 표정에 자부심이 어리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12ha(3만6,000평)의 부지를 끼고 누운 리조트는 그 자체로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콜렉터의 수준이 느껴지는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객실마다 진열된 작은 소품들도 예사롭지가 않다. 객실 수는 11개로 많지 않지만 전 객실이 스위트룸이며 방처럼 넓은 욕실에도 테라스가 있을 정도다. 공간이 개방되어 있지만 아주 프라이빗한 느낌. 마치 자신만의 전원 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르마니 제품들로 채워진 아르마니 룸뿐 아니라 온통 핑크 가구와 침구로만 채워진 곳도 있다. 하룻밤 숙박료가 4,000~5,000랜드(56만~85만원)에 이르지만 이런 곳일수록 단골이 많다. 라 레지던스는 로열 포트폴리오The Royal Portfolio 체인에 속하는 자매 호텔인데 전부 남아공 최고의 부티크 호텔들이다. 체인 호텔의 주인은 남아공에서 아주 유명한 재력가이자 아트 콜렉터다.

LA Residence & Villas in the vineyard | 주소 Elandskloof Road, Franschhoek, 7690 문의 021-876-4100 www.laresidence.co.za

남아공 여행자를 위한 ★★★★★

천소현 기자의 ‘주관적인’ 여행 정보


부티크 호텔로 ‘발전한’ 발전소 The Turbine ★★★★★

나이즈나의 석호 안에는 ‘섬’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인공섬 테센Thesen이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원래 발전소 등 공업시설이 있었던 그곳이 휴양지로 개발되자 오래된 건물들도 새 용도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탄생한 ‘터바인The Turbine’은 헤리티지 빌딩으로 지정될 정도로 오래된 발전소를 부티크 호텔로 개조한 곳이다. 창고나 공장을 갤러리, 사무실, 호텔로 개조하는 사례가 드문 것은 아니지만 2010년 오픈한 터바인은 단연 수작에 속한다. 보일러, 터빈, 파이프 등 대부분의 기계적 설비는 마치 처음부터 설계한 것처럼 인테리어의 일부분으로 스며들었고 다양한 디자인의 가구를 배치해 호텔로서의 품위라든가 아늑함에도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곳곳에 전시된 예술품들은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훌륭한 콜렉션이다. 24개 객실 중에서 7개는 스위트룸이며 아이패드, 스카이프, 인터넷 이용환경을 갖추고 있다.

위치 나이즈나만 내 테센섬 Thesen islands 문의 044-302-5746 www.turbinehotel.co.za

맛보다는 멋! 골드 레스토랑 Gold Restaurant ★★★

아프리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민속의상을 멋스럽게 변형한 종업원들의 유니폼도 꽤 세련됐고, 마치 우리 시골에서 새참을 나르는 아낙들처럼 손도 쓰지 않은 채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음식을 나르는 아프리카 여인들의 배달 기술도 눈길을 끈다. 식사 시간 전, 드럼을 배워 보는 시간이라든가 식사 중에 진행되는 3종류의 민속춤 공연이 이 레스토랑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물론 가장 압권은 ‘맛만 보시오!’라는 의도가 정확한 17종의 케이프 말레이 혹은 아프리칸 음식들의 퍼레이드다. 또 직접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이 레스토랑에는 금 박물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러모로 식사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서 방문해야 하는 또 하나의 어트렉션이다.

주소 Gold of Africa Museum, 96 Strand Street, Cape Town 8001, South Africa

문의 021-421-4653 www.goldrestaurant.c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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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는 미친짓이다? ★★

이름부터 무시무시하다. 아드레날린을 직면하라니face adrenalin! 브로크란스 브리지Bloukrans Bridge는 1990년 남아공 최초로 번지점프가 시작된 곳이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나는 이 번지점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어떤 ‘간 큰’ 사람들이 ‘이렇게’ 깊은 골짜기를 향해 ‘저렇게’ 높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지, 그 과정을 목격하기 위해 꽤 한참을 기다렸다.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오히려 겁을 먹은 것은 제 어미가 입고 있는 안전장치가 어색한 꼬마였다. 보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극도로 분비되니, 족하지 아니한가.

위치 브로크란스 브리지, 모슬베이에서 35km 서쪽, 아베르티나에서 15km 동쪽. 개장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문의 044-697-7001 www.faceadrenalin.com

‘횡재’가 따로 없는 와인 패스포트 ★★★★

4개의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와인 패스포트Wien Passport가 단돈 50랜드(약 7,000원)라니. 14개 셀러의 와인테이스팅 패스포트가 100랜드(약 1만4,000원)라니. 이 패스포트를 보는 순간의 느낌은 ‘횡재’였다. 6개월~1년간 유효한 패스포트는 사실 총 14개의 와이너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제약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니들링스호프Neethlingshof, 르 본뇌Le bonheur, 니더버그Nederburg처럼 스텔렌보시와 팔 지역의 훌륭한 와이너리로만 구성되어 있으니 여행객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절반 이상의 할인을 제공하는 이 테이스팅 패스포트는 14개 와이너리 중 어느 곳에서라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www.cellardoorcollection.c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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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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