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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역사의 층 뒤섞인 공간이자 국가유산… 섬세하게 보존해야”

“청와대, 역사의 층 뒤섞인 공간이자 국가유산… 섬세하게 보존해야”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6-01 21:26
업데이트 2022-06-0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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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문화재위원장 대담

단순한 문화재 이상의 가치
서울 역사 인식할 수 있는 곳
靑 내부 천연기념물 등 풍성
내년부터 유적 발굴 등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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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관람객이 50만명을 넘어섰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 향후 활용 방안을 놓고 여러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문화재위원회 전현직 위원장들은 청와대가 단순히 문화재를 넘어 서울의 역사까지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하고 세심하게 활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청와대 개방 당일인 지난달 10일 종묘제례가 열리고 있는 모습. 정연호 기자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관람객이 50만명을 넘어섰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 향후 활용 방안을 놓고 여러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문화재위원회 전현직 위원장들은 청와대가 단순히 문화재를 넘어 서울의 역사까지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하고 세심하게 활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청와대 개방 당일인 지난달 10일 종묘제례가 열리고 있는 모습.
정연호 기자
청와대 개방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앞으로 청와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이 뜨겁다. 청와대 개방과 역사성 회복 문제 등을 담은 문화재청의 업무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로 선정됐을 만큼 청와대 활용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서울신문은 현재 제30대 문화재위원장인 전영우(71) 국민대 명예교수, 27대 위원장이었던 이상해(74) 성균관대 명예교수, 24·25대 위원장을 지낸 이인규(86)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최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청와대 활용을 둘러싼 면면을 짚어 봤다.

이상해 교수는 청와대를 단순히 문화재로 지정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피상적으로는 문화재로 볼 수 있지만 청와대 자리는 조선 말기에 조성돼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에도 사용되는 등 역사의 층이 복합적인 곳”이라며 “특정 시점의 문화재가 아니라 시민들이 서울의 역사까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영우 교수도 “청와대 자체는 근대 문화재로 볼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시점에 고정돼서 활용하는 것은 반대한다”면서 “이 부분은 문화재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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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왼쪽부터), 이상해, 이인규 교수 등 전현직 문화재위원회 위원장들이 최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나 청와대 활용 방안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영우(왼쪽부터), 이상해, 이인규 교수 등 전현직 문화재위원회 위원장들이 최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나 청와대 활용 방안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인규 교수는 국가유산으로서의 활용을 강조했다. 국가유산은 문화재위가 지난 4월 60년 동안 써 왔던 ‘문화재’를 대신해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기 위해 제안한 용어로, 국가유산 체제 도입은 문화재청의 최우선 과제다. 그는 “청와대 안에 천연기념물도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있는 만큼 국가유산으로 다뤄야 격이 맞는다”면서 “함부로 관리하면 망가질 위험이 있으니 문화재청이 다루는 국가유산 개념으로 관리해야 영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는 주요 건축물과 자연유산도 있는 데다 고려시대부터 활용된 역사성까지 갖추고 있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 세밀한 활용법이 필요한 이유다. 전영우 교수는 “자연유산 관점에서 보면 꽤 의미 있는 나무들이 있다”면서 “심의에 올려 가능하면 자연유산으로 지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상해 교수는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 자리였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어딘지 확인하는 숙제도 있다. 그동안은 확인이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개방을 기회로 2023~2026년 청와대 핵심유적 발굴 및 복원·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발굴 구역은 시민들의 청와대 관람 동선과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최근 김포 장릉 사태로 유산 보호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위원장들은 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규제지역 주민 지원 사업 등이 담긴 문화재 규제 개선 역시 문화재청의 국정과제다.

이상해 교수는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존과 개발 사이의 갈등인데, 우리는 50년 전부터 규제 일변도였지만 선진국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했고 법령으로 어떻게 시행하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면서 “요즘은 융합의 시대다. 문화재 소유자는 소유자대로, 주변에 개발권이 침해받은 분들은 그들대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규 교수는 “예전에도 크고 작은 문화재를 지정할 때마다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많이 있었다”면서 “전에는 국가가 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으니 문화재청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영우 교수도 “나라 경제력이 10위권 정도 되는데 50년 전 시각을 가지고 사유재산을 규제하면 국가적 품격이 어떻게 국민에게 젖어 들 수 있겠느냐”며 시대에 맞는 변화를 요구했다. 위원장들은 이런 문제들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이 향후 청에서 처로 승격돼 문화재 행정과 관련해 지금보다 힘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자문기구인 문화재위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문화재 보호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던 만큼 위원장들은 앞으로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주문했다. 이인규 교수는 “문화재위에서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도 함부로 뒤집지 못했다”면서 “그런 품격이 있다는 것에 대해 문화재위원들이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고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류재민 기자
2022-06-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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