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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용암동굴… 만장굴, NASA도 다녀갔다

살아 숨쉬는 용암동굴… 만장굴, NASA도 다녀갔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8-24 22:36
업데이트 2022-08-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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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제주의 신비’ 특별 공개

굴 내부, 속도·방향 따라 변화무쌍
“NASA, 달 동굴 대신 보고 간 것”
한여름에도 내부 12~15도 ‘서늘’
마을 주민들 직접 설명해서 친근
12명만 비공개 구간의 탐방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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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의 비공개 구간인 1구간을 찾은 취재진이 동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평소 2구간만 공개되는 만장굴은 오는 10월 열리는 ‘2022 제주세계유산축전’을 통해 비공개 구간까지 일반에게 공개된다.
24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의 비공개 구간인 1구간을 찾은 취재진이 동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평소 2구간만 공개되는 만장굴은 오는 10월 열리는 ‘2022 제주세계유산축전’을 통해 비공개 구간까지 일반에게 공개된다.
용암이 흐른 길은 거대한 예술 작품을 남겼다. 밀고 나가려는 힘과 멈추려는 관성이 서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싸움을 하느라 대지가 밧줄처럼 뒤틀린 흔적이 선명했고, 어두운 동굴을 비추자 오래전 용암이 감정을 분출했던 시간이 환히 드러났다. 24일 찾은 제주 구좌읍 만장굴 내부는 속도에 따라, 방향에 따라 세심하게 빚어진 모양이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동굴을 살아 숨 쉬게 했다.

만장굴은 길이가 7.4㎞에 달하는 대형 용암 동굴이다. 거문오름이 분화하면서 북동쪽 바다까지 용암이 흘러가다 식으면서 동굴이 됐다. 내부는 1~3구간으로 나뉘는데 평소에는 보호를 위해 2구간 1㎞ 정도만 공개한다. 평소에 탐방할 수 없는 1, 3구간은 오는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2022 제주세계유산축전’ 기간에만 특별히 들어갈 수 있다. 전 구간 탐방은 90대1의 경쟁률을 뚫은 12명에게만 허용된다.

이날 취재진에게 공개된 만장굴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대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줬다. 취재진이 들어간 1구간 내부 벽에는 미생물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바닥과 천장은 용암이 격렬하게 지나간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내부 온도는 12~15도 정도로 오래 머물면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했다.
만장굴 1구간 내부에는 용암이 만든 다리 형태의 용암교가 있다.
만장굴 1구간 내부에는 용암이 만든 다리 형태의 용암교가 있다.
만장굴의 자연적 가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관심을 보일 정도다. 이날 안내를 맡은 세계유산본부 기진석 학예연구사는 “이틀 전에 NASA 관계자가 다녀갔다”면서 “달에도 용암으로 만들어진 동굴이 있다고 하는데, 달에 직접 갈 수 없으니 여기서 현장을 보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3구간에서 워킹투어 해설을 맡은 ‘불의 숨길, 만년의 시간을 걷다’ 프로그램 운영단장 김상수씨는 “동굴이 형성됐다가 함몰된 지역은 생태계가 달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주민인 그는 돌이 평평한 ‘빌레’를 가리키며 “빌레는 어릴 때 놀기 좋았던 장소라 많이 갔다”고 정겨운 추억을 꺼냈다. 이날 맛보기로 선보인 워킹투어나 만장굴, 김녕굴 탐험은 축전 기간 동안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이번 축전의 특징은 세계유산마을보존회에서 주도해 구성한 프로그램이 제공돼 주민참여 비율을 높였다는 점이다. 지역축제인데 외부인들 위주로 행사를 치러야 하는 점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취재진이 방문한 덕천리와 김녕리 마을 주민들은 직접 만든 음식도 제공하고, 나고 자란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며 방문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하늘과 호수가 만나는 덕천리 풍경.
하늘과 호수가 만나는 덕천리 풍경.
제주 축전은 자연보호가 중요한 만큼 많은 관람객을 받을 수 없다. 대신 성산일출봉을 주 무대로 세계유산축전 홍보관과 정크아트, 뮤직 페스티벌 등을 개최해 많은 이가 즐길 수 있게 했다. 강경모 총감독은 “전 세계 유일한 세계자연유산 축제로서 자연유산이 지닌 가치를 공유하면서 세계자연유산을 널리 알리는 기회의 장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제주 류재민 기자
2022-08-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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