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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 가까워진 사람들… ‘관계’에 대한 모색 돋보였다

엔데믹 시대, 가까워진 사람들… ‘관계’에 대한 모색 돋보였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2-12-22 17:44
업데이트 2022-12-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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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

1648명·4145편 응모 열기 후끈
작년보다 인원·편 수 모두 늘어
시, 사회에 분노 표한 작품 많아
단편소설, 배경 변화 두드러져
이태원 참사 소재 작품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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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신해욱(왼쪽부터)·오은·정끝별 시인이 서울 중구 서울신문 본사에서 응모작들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올해 응모 인원은 모두 1648명으로, 지난해보다 300여명 늘었다. 안주영 전문기자
2023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신해욱(왼쪽부터)·오은·정끝별 시인이 서울 중구 서울신문 본사에서 응모작들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올해 응모 인원은 모두 1648명으로, 지난해보다 300여명 늘었다.
안주영 전문기자
“갑과 을의 위계, 권력관계로써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가 많았다.”(신해욱 시인)

“반려동물, 혼자 살기, 주택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하다. 이태원 참사를 소재로 한 시의성 있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김이설 작가)

지난 2일 마감한 2023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많은 이들이 소중한 꿈을 품은 작품을 보내왔다. 응모 인원은 모두 1648명으로, 1347명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무려 301명이나 늘었다. 편수는 4145편이었는데, 지난해 3453편에 견줘 692편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시가 3001편, 소설이 524편, 시조가 365편, 동화가 175편, 평론이 16편, 희곡이 64편이었다. 시조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응모작이 늘었다. 세계 문단이 한국 작가들을 주목하고 국내 출판물의 해외 번역 출간이 늘어나는 등 문학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와도 이어진다.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이를 소재로 삼은 작품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마스크를 멀리하면서 사람은 가까워졌고, 이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조명한 작품이 많아졌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시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낙담이나 사회에 대한 분노 같은 감정들이 엿보였다. 오은 시인은 “세상이 달라지고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 낙담하는 식의 진술로 끝나는 시가 많았다”고 했다. 정끝별 시인은 “사랑을 믿지 않고 기본적 관계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정념이 아닌 정욕만 드러낸 시들이 눈에 띄었다”고 평했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작품이 많아졌고, 나아가 유명 정치인을 소재로 한 시도 있었다.

단편소설에서는 배경 변화가 눈에 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윤해서 작가는 “제주도 여행과 관련한 작품이 제법 있었다. 코로나19로 외국에 못 나가는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미정 평론가는 “외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외국인들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내용의 작품도 늘었다. 이주에 관한 얘기들도 다양해졌다”고 했다. 노태훈 평론가는 “장르적 성격을 띠는 작품은 예전보다 줄었다. 장르소설 관련 공모전이 활발한데 그쪽으로 이동한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작품 수준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했다. 그러나 김 평론가는 “대체로 글쓰기 훈련을 차근차근했구나 싶은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고, 파격적인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고 밝혔다.

희곡에서도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작품이 많았다. 송한샘 쇼노트 부사장은 “상대에게 직진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는, 그래서 우회하는 안타까운 청춘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 했다. 성종완 연출가도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 끊어 내는 일에 대한 ‘포비아’(공포)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동화 부문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는 “전반적으로 기운을 북돋우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좋은 작품을 골라 보니 확실히 씩씩한 느낌들이 강했다”고 소개했다.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도 “구태의연하지 않으면서 인상적인 동화가 많았다. 아무래도 청년 세대가 동화 부문으로 많이 도전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도시 중산층이 아닌 소외된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들을 높이 평가했다.

작품 수는 줄었지만 시조에서는 전통 형식을 고수하면서도 한결 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이근배 시인은 “고리타분한 시조가 줄고 자유로움이 한껏 늘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인간으로서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 대다수였다”고 했다. 한분순 시인도 “언어가 쉬워진 게 전반적인 경향이다. 여기에 운율까지 잘 맞춘 표현 방식 역시 좋았다”고 평했다.

평론에서는 젊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경수 평론가는 “황석영이나 김훈, 성석제와 같은 작가들 대신 황정은을 비롯해 젊은 작가들을 탐구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특히 필자가 주제를 선정해 여러 작가를 끌어와 세팅하는 식으로 쓰는 방식이 주목할 만한데, 평론 자체가 하나의 완결성 높은 읽을거리처럼 보여 반가웠다”고 부연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여전히 작가론이 대세지만 여러 작가나 작품을 끌어와 우리 시대의 징후나 의제를 도출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평론을 쓰는 사례가 많아졌고, 여러 잡지에서도 평론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나타나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중 기자
2022-12-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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