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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들 위한 ‘공연’… 반응 좋아 자꾸 하게 돼요”

“농인들 위한 ‘공연’… 반응 좋아 자꾸 하게 돼요”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12-28 22:00
업데이트 2022-12-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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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관람 돕는 수어통역사들

캐릭터 감정선 맞추고 함께 연기
무대위의 또 다른 배우로서 ‘고민’
수당 적어 통역사들 열정에 의존
“검토되지 않은 공연통역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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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나(왼쪽부터), 김홍남, 이수현 수어통역사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연극 ‘환등회’ 연습을 앞두고 수어통역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유나(왼쪽부터), 김홍남, 이수현 수어통역사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연극 ‘환등회’ 연습을 앞두고 수어통역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대 위의 세밀한 감정은 언어만으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몸짓, 표정, 공연장의 공기까지 어우러져야 비로소 진짜 무대가 완성된다.

들리지 않는 농인들 역시 단순 수어통역만으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무장애 공연이 점점 확산하는 시대에 농인들이 공연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수어통역사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무대 위의 또 다른 배우로서 다채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농인들을 위한 공연을 펼친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어통역사 김홍남(49), 조유나(35), 이수현(31)씨는 “힘들지만 농인들이 ‘덕분에 처음으로 이런 연극을 봤다’, ‘너무 좋아서 울 뻔했다’ 같은 반응이 주는 뿌듯함에 자꾸 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세 사람은 최근 마친 연극 ‘환등회’, ‘스카팽’, ‘틴에이지딕’ 등의 작품에서 수어통역을 맡아 농인들의 관람을 도왔다.
연극 ‘환등회’에서 통역하는 이수현 통역사. 서울문화재단 제공
연극 ‘환등회’에서 통역하는 이수현 통역사. 서울문화재단 제공
그저 언어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보니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배우들 옆에 서서 통역하는 이들은 미리 배우들과 동선을 맞추고 연출가와도 적극적으로 상의한다. 캐릭터의 감정선에 맞춰 함께 연기하는 것은 물론 실전에서 대사를 틀리는 것까지 그대로 번역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공인수어통번역사 잘함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씨는 “한국어와 수어는 문법 체계가 다르다”면서 “수어는 세계적으로 표제어가 4000~6000개밖에 되지 않아 어떤 농인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해 번역한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준비 과정을 거치지만 이들이 받는 수당은 일반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비해 5분의1 정도다. 그러다 보니 공연 통역을 하려는 통역사들도 많지 않다. 지금은 순전히 몇몇 통역사들의 열정에 기대는 상황이다.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 통역하는 김홍남 통역사. 국립극장 제공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 통역하는 김홍남 통역사. 국립극장 제공
수어통역이 제공되는 공연이 점점 많아지면서 현장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이씨는 “같이 극을 하다 보면 연출님들도 저희가 준비한 것을 보고 ‘그 느낌 좋은 것 같다‘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배우들이 먼저 나서서 어떤 뉘앙스인지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스카팽’에선 배우와 통역사의 역할이 바뀐 장면이 있었는데 이것도 먼저 제안해 주셨다”고 떠올렸다.

다만 아직 제도적으로는 갈 길이 멀다. 배리어프리가 사회적으로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씨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공연 통역은 농인들이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권리를 뺏는 것”이라며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전체적인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2022-12-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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