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트롬본 대중화는 내 운명”

“트롬본 대중화는 내 운명”

입력 2013-06-10 00:00
업데이트 2013-06-10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철웅 교수 15일 6번째 독주회

‘트롬본 하나로 연주회를 한다고?’

일반인들이 오케스트라의 뒤편에서 가끔 끼어드는 악기 정도로만 여기는 트롬본을 들고 우직하게 독주회를 이어온 남자가 있다. ‘아웃사이더’라는 불만은 제쳐두고 스스로 ‘금관악기의 대중화’를 선언했다는 트롬보니스트. KBS교향악단 트롬본 수석을 거쳐 지난 3월 연세대 음대 관현악과에 부교수로 임용된 이철웅(48) 교수다.
이미지 확대
국내 최초 호흡 교육 학자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철웅 교수가 연세대 연구실에서 트롬본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해야 몸을 다스리며 좋은 음색을 낼 수 있는지 관악기 전공생들을 위한 호흡법 수업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국내 최초 호흡 교육 학자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철웅 교수가 연세대 연구실에서 트롬본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해야 몸을 다스리며 좋은 음색을 낼 수 있는지 관악기 전공생들을 위한 호흡법 수업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그가 오는 15일 6번째 독주회를 연다. 2006년 처음 독주회를 시작해 한 해만 건너뛰었을 뿐 매년 그 자리를 지켜왔다. 일반 관객은 거의 없다. 음악인들과 지인들이 대부분이다.

“금관악기 연주회는 일반인들이 올 정도로 대중화되지 않았어요. 다들 현악기나 목관악기 쪽으로만 몰리죠. 매니지먼트사에서도 관객 호응 때문에 금관악기와는 협연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금관악기의 소외 현상은 관악기·타악기로만 이뤄진 연주단체인 윈드 앙상블 수만 이웃나라들과 비교해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윈드 앙상블·오케스트라·밴드 수가 일본은 3000여개, 타이완은 150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300개도 채 안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도 한때는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계에 대한 불만도 컸지만 제 스스로 금관악기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출연료도 보지 않고 기꺼이 지방 공연을 찾아다녔죠.”

협주도 기회가 있다면 가리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독주회도 시작했다. 특히 그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곡을 발굴해 관객에게 들려주는 걸 ‘사명’으로 생각한다.

이번 독주회를 채울 7곡 가운데 6곡도 국내 초연 곡이다. 프랑스의 장 미셸 드페이예,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드 사바틸, 영국의 필립 스타크 등 이름도 생소한 현대 작곡가들이다. 20분이 넘는 곡도 있다. 트롬본은 1년에 많아야 한두 차례 독주회가 열리고 고정적으로 독주회를 갖는 연주자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는 점에서 그의 시도는 용감하다.

유명 국내 금관악기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직접 발품을 판다. 요르겐 반 라이엔 국제트롬본협회 회장, 단 루커스 미 보스턴대 음대 교수 등 세계 ‘톱5’ 안에 꼽히는 트롬보니스트를 초청해 전공생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 음악캠프 등을 열어 왔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하면 직접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단원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할 정도로 열성이다.

이 교수가 처음 트롬본을 잡은 건 17살 때 성남고 음악부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잠잘 때도 어떻게 소리 내나 이 생각밖에 안 났어요. 하교 길에도 연주할 곡의 박자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걸음을 맞춰보다 집에 늦게 오곤 했죠.”(웃음)

연세대 음대,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친 그는 1999년 폴크방 콩쿠르에서 금관악기 연주자로는 국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독일 일간지 베스트도이치알게마이너차이퉁(WAZ)은 “트롬본이 개선장군처럼 승리했다”고 평했다.

이 교수에게 트롬본은 ‘남성과 여성의 음색이 공존하고 남들이 빛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악기’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고 끊임없이 정진하는 연주자이고 싶다”는 그는 어느새 30년지기 트롬본과 닮아 있었다.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3만원. (02)720-3933.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6-10 2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