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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마디 굳은살 악기 장인들의 손 세월을 연주하다

마디마디 굳은살 악기 장인들의 손 세월을 연주하다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6-10-04 22:46
업데이트 2016-10-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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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60년간 플루트를 매만진 손 마디마디 곳곳이 굳은살이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느껴진다. 서울 종로 낙원악기상가의 터줏대감 지병옥 신광악기 대표의 손이 그렇다. 세월의 나이테는 43년간 음향기기를 다뤄온 최성훈 보스턴전자음향 대표의 손에서도, 38년간 관악기를 수리해 온 유재복 진성악기 대표의 손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낙원악기상가는 1969년 완공된 독특한 외관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악기 전문 상가로, 현재 300여 업체가 3만여종의 악기를 취급하고 있다. 이곳의 역사와 삶을 악기 장인들의 손에서 느껴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낙원상가 일대 예술작품 전시장으로… ‘고수의 도구’ 사진전

지난 5월부터 상가에 머물며 이곳의 삶을 사진과 영상 등으로 담고 있는 박영균·이원호·정정호 작가가 악기 장인들의 손을 주제로 한 사진전 ‘고수의 도구’를 연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간 악기를 매만진 세월이 배어 있는 손 사진 110점을 통해 인생을 조명한다. 다루는 악기의 종류에 따라 손의 생김새와 굳은살의 위치가 다른 게 관람 포인트. 저마다 악기를 고치거나 연주하는 특유의 동작에서 피사체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전은 417호, 418호 오픈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사진전은 낙원상가 일대를 시각 예술 작품 전시장으로 꾸미는 ‘세계문자심포지아 2016’ 프로그램 중 하나다. 문자를 매개로 문화 다양성을 전파하는 축제다. 180㎝ 높이의 낱말 조각 작품 ‘ㄴ, ㅁ, ㅇ’과 ‘낙원’이라는 두 글자를 원형 스피커를 활용한 점자로 형상화한 작품, 도덕경 한 구절의 영문 번역을 수화 모양으로 표현한 작품 등 상가의 공간과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상가 안팎에 배치된다. 심포지아는 9일까지 열리지만 사진전을 비롯해 ‘ㄴ, ㅁ, ㅇ’ 등 일부 설치 작품들은 10월 내내 만날 수 있다.

●도시재생 축제도 개최… 오늘 개막식 공연·퍼포먼스 열려

지역의 역사성과 주민의 삶을 연결하는 도시재생 축제 ‘익선, 낙원, 세운’도 낙원악기상가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낮에도 어두침침한 하부 도로 공간에 상가가 세워진 이후 처음으로 빛을 달았다. 상가의 건축적 구조와 역사적 맥락을 빛으로 해석, 단절된 길을 연결한 조명 작품이다. 5일 열리는 공동 개막식에서는 판소리 명인 박인혜, 조각가 김종구, 무용가 송주원의 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6-10-0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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