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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166개 너머 콜라주… 빛의 거북, 동해를 홀리다

모니터 166개 너머 콜라주… 빛의 거북, 동해를 홀리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2-06 17:38
업데이트 2022-02-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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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자극 ‘미디어아트’ 전시

울산시립미술관, 전용관 첫 설치
대왕암공원서 백남준 ‘거북’ 소개

광주시립미술관, ZKM 95점 구성
1988년 작품 ‘스크린 자전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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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에게 먼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을 주는 알도 탐벨리니의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들이다’(울산시립미술관).
관람객에게 먼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을 주는 알도 탐벨리니의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들이다’(울산시립미술관).
온통 깜깜한 사방에서 점 하나가 다가온다. 갈수록 커지는 점은 흰 별들을 흩뿌리더니 마침내 공간 전체를 잡아먹을 듯이 거대해진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구성된 우주에서 크고 작은 먼지가 흩어졌다가 나타나고, 다시 커졌다가 사라진다. 관객은 92평 크기의 전시관을 벗어나 먼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알도 탐벨리니의 작품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들이다’의 일부다.

국내 곳곳에서 해외의 수준급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지역미술관들이 기존 미술품과 다른 미디어아트를 전시 주요 테마로 내걸면서 관람객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특히 지난달 6일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한 달 만에 관람객 4만 2000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한 이곳은 국내 공공미술관 최초로 미디어아트 전용관을 설치해 차별성을 뒀다. 오는 4월까지 총 5개 전시관에서 다양한 개관 기념 전시를 선보인다.

미술관은 탐벨리니 외에도 개관 특별기획전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를 통해 전 세계에서 중요한 화두인 자연과의 공생을 주제로 한 작품을 소개한다. 히토 슈타이얼의 ‘이것이 미래다’, 정보의 ‘양치류 식물’ 등 독특한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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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은 대왕암공원 옛 울산교육연수원 강당에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거북’을 설치해 놨다. 관람객은 푸른 파도와 함께 동해를 바라보는 ‘거북’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대왕암공원 옛 울산교육연수원 강당에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거북’을 설치해 놨다. 관람객은 푸른 파도와 함께 동해를 바라보는 ‘거북’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대왕암공원 옛 울산교육연수원에서 펼쳐지는 미술관 소장품전 ‘찬란한 날들’은 작품을 푸른 파도와 함께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절묘하게 기획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건 건물 강당에 떡하니 자리잡은 백남준의 대작 ‘거북’이다. 미술관 1호 소장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모니터 166개로 구성됐는데, 동해를 바라보는 거북의 위로 백남준 특유의 콜라주 영상이 반복적으로 지나가며 신비로움을 준다.

광주에서는 미디어아트의 60년 역사를 한눈에 살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의 ‘미래의 역사쓰기: ZKM 베스트 컬렉션’ 전은 독일의 세계적 미디어아트센터 ZKM의 핵심 소장품을 선보인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디어아트 역사에서 방점을 찍은 작품 95점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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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돌릴 때마다 화면 속 이미지가 변하는 제프리 쇼의 ‘읽을 수 있는 도시’(광주시립미술관).
자전거 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돌릴 때마다 화면 속 이미지가 변하는 제프리 쇼의 ‘읽을 수 있는 도시’(광주시립미술관).
제프리 쇼의 ‘읽을 수 있는 도시’는 실내용 자전거에 대형 스크린을 연동시켜 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돌릴 때마다 스크린 속 이미지가 움직인다. 오늘날 스크린골프의 원리와도 비슷한 이 작품이 만들어진 건 1988년.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가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기술이 이때 이미 반영됐다는 뜻이다.

발터 지에르스의 1990년작 ‘더 하우스’는 건물 속 현대인의 일상을 표현했다. 작품 앞에 선 관객의 동작에 따라 방의 불이 하나둘 깜빡이고, 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 외에도 게리 힐, 스타이나, 우디 바슐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빌 비올라, 백남준, 브루스 나우만, 제니 홀저, 토니 오슬러 등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이를 예술에 접목한 선구자들의 작업이 펼쳐진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에 이어 확장현실(XR)과 메타버스까지 등장한 21세기 관객의 눈으로 보면 언뜻 엉성하고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미 수십년 전에 ‘매체’에서 ‘미학’을 추구하려 했던 거장들의 실험 정신이 돋보인다. 4월 3일까지.

글·사진 울산·광주 김정화 기자
2022-02-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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