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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남 유산 어렵게 재현한 애절한 사랑 서사”…60년 만에 돌아온 ‘왕자, 호동’

“장일남 유산 어렵게 재현한 애절한 사랑 서사”…60년 만에 돌아온 ‘왕자, 호동’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2-03-09 18:09
업데이트 2022-03-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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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 국립오페라단장 인터뷰
60년전에 파격적인 작품 리메이크
11~12일 현대적으로 재창조 공연
“한승원 연출 오페라계 쇄신 바람”
참고자료 많지않아 1년 넘게 고증
인력 양성 ‘오페라 스튜디오’ 성과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집무실에서 60년 만에 전막 공연하는 오페라 ‘왕자, 호동’에 대해 “사랑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애절하고 역동적 무대”라고 설명했다.   박윤슬 기자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집무실에서 60년 만에 전막 공연하는 오페라 ‘왕자, 호동’에 대해 “사랑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애절하고 역동적 무대”라고 설명했다.
박윤슬 기자
“1962년 국립오페라단을 창단할 때 창단 기념작을 공모했고 당시 파격적으로 서른 살의 젊은 작곡가였던 장일남 선생님의 작품이 채택됐죠. 이후 참고할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증하고 리메이크해 공연을 계속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기념작으로 초연했던 창작 오페라 ‘왕자, 호동’이 11~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60년 만에 돌아온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집무실에서 만난 박형식(69)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낙랑공주를 통해 사랑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애절하고 역동적인 명작”이라고 ‘왕자, 호동’을 소개했다.

총 3막으로 이뤄진 ‘왕자, 호동’은 고구려 호동왕자와 사랑에 빠진 낙랑공주가 아버지를 거역하고 적의 침입을 알려주는 자명고를 찢고는 비극적 죽음을 맞는 이야기다. 작곡가 장일남(1932~2006)이 ‘삼국사기’에 기록된 2000년 전 이야기와 유치진(1905~1974) 선생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비목’, ‘기다리는 마음’ 등 장일남 가곡에서 볼 수 있는 비장함과 애절함이 묻어난다. 국립오페라단은 2012년에도 ‘왕자, 호동’ 일부 장면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전막을 제대로 올리는 것은 초연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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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공연했던 오페라 ‘왕자, 호동’의 한 장면. 당시에는 일부 장면만 선보였지만, 올해는 초연 이후 60년 만에 전막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2012년 공연했던 오페라 ‘왕자, 호동’의 한 장면. 당시에는 일부 장면만 선보였지만, 올해는 초연 이후 60년 만에 전막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연출가 한승원과 지휘자 여자경이 호흡을 맞추고 테너 이승묵·김동원이 호동왕자를, 소프라노 박현주·김순영이 낙랑공주 역을 맡았다. 무대는 참혹한 권력 투쟁과 욕망을 상징하고자 황금색으로 치장되며, 낙랑 공주는 연약한 여인이 아닌 민족을 사랑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진다.

박 단장은 ‘살리에르’, ‘파가니니’ 등 뮤지컬 제작자로 유명한 한 연출가를 발탁한 것에 대해 “더 극적이면서 현대에 가깝게 연출되길 원했다”며 “오페라 연출계가 외부 충격을 통해 쇄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962년 초연과 달라진 점은 장일남의 원곡을 살리되 일부 곡의 배열을 조정했고, 1막과 3막 전에 국악인 김미진, 서의철이 작품을 해설한다는 점이다. 그는 “판소리 전문가들이 설화 부문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도록 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1962년 초연 당시 오페라 ‘왕자, 호동’ 프로그램북 표지. ‘국립오페라단 제1회 공연’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1962년 초연 당시 오페라 ‘왕자, 호동’ 프로그램북 표지. ‘국립오페라단 제1회 공연’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2020년 11월부터 1년 4개월간 준비했지만 고증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영상은 물론 녹음 자료도 없었고 초연 당시 출연진과 각 막의 줄거리가 담긴 빛바랜 프로그램북 복사본만 남아있어서다. 이에 오페라단 직원들은 장일남 선생이 교수로 재직했던 한양대 박물관과 각종 도서관을 뒤져 자료를 수집했고, 장일남·유치진 선생 유족들과 상의하며 악보를 만들어냈다. 그는 “특히 음악 담당 직원들이 장 선생님 원본을 훼손시키면 안 된다는 일념에 고생을 많이했다”고 돌이켰다.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집무실 옆 발코니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집무실 옆 발코니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성악가로서 22년, 예술행정가로서 23년을 보낸 박 단장은 2019년 10월 취임 이후 오페라 전문인력 양성에 신경썼다. 지난해 설립한 ‘국립오페라 스튜디오’는 성악 전공자 20명을 선발해 해외 무대에서도 빛날 전문 교육을 했고, 소프라노 박누리 등 4명은 국내 유수 성악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환갑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의 역작 ‘아틸라’와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도 국내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에도 지난해 184회 공연을 하는 등 오히려 일은 더 많아졌다. 박 단장은 “서울이 어려우면 지역에서 공연했다”라며 “음악은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어야 성장하기 때문에 많은 성악가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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