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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건반엔 폭풍, 선율엔 감미로운 추억…멘델스존으로 성장한 임윤찬

[리뷰] 건반엔 폭풍, 선율엔 감미로운 추억…멘델스존으로 성장한 임윤찬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2-08-21 16:14
업데이트 2022-08-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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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김선욱 지휘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 협연
청중들 위로하고 격정적 연주 뽐내
선배 김선욱과 앙코르 협업 돋보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클래식 레볼루션 2022’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클래식 레볼루션 2022’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멘델스존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의 무대는 폭풍처럼 활기 넘치는 열정과 감미로운 옛 추억이 묻어나는 목가적 풍경이 공존하는 장이었다. 강한 파도와 천둥 같은 격정적인 타건(打鍵)이 오케스트라와 맞물려 청중을 심연으로 이끌면서도 절제된 선율의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한층 성장한 느낌이 들게 했다. 선후배 피아니스트의 정을 확인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2’ 무대에서 임윤찬은 선배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이 지휘봉을 잡은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지난 6월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2000여석에 달하는 객석은 빈자리가 드물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를 끝낸 뒤 지휘를 맡은 김선욱과 포옹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를 끝낸 뒤 지휘를 맡은 김선욱과 포옹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1831년 독일 뮌헨에서 초연된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전 3악장이 쉴 새 없이 하나로 연결돼 짜임새 있으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곡이다. 1악장(몰토 알레그로 콘 푸오코)이 시작되자 오케스트라의 간단한 서주에 이어 임윤찬이 콩쿠르 우승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 보여 준 신들린 타건을 선보였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음계와 단호한 오케스트라가 주고받기를 계속하는 모습이 삶의 아픔과 애환을 묘사하는 듯했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완급 조절은 2악장(안단테)에서 두드러졌다. 임윤찬의 애수 띤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의 비올라와 첼로가 따스한 선율을 연주하며 청중을 위로하는 듯했다.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잠시나마 옛 추억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이 이어졌다. 달콤한 선율이 마무리될 즈음 트럼펫의 팡파르가 힘차게 울려 퍼지면서 경쾌하고 밝은 3악장(프레스토)이 시작된다. 화려하고 긴박하게 건반 좌우를 빠르게 오가는 임윤찬의 연주에 넋이 나간 객석은 숨죽인 듯 고요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아래)과 김선욱(위)이 앙코르 곡으로 모차르트 ‘네 손을 위한 소나타 KV521’ 2악장을 함께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아래)과 김선욱(위)이 앙코르 곡으로 모차르트 ‘네 손을 위한 소나타 KV521’ 2악장을 함께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19분의 협연을 마무리한 임윤찬의 손이 멈추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후 예상치 못한 ‘앙코르 파티’에 환호성은 더 커졌다. 김선욱은 느닷없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임윤찬 왼쪽에 같이 앉았다. 이들은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KV521’ 2악장을 통해 두 손보다 더 풍요로우면서도 유리를 매만지듯 섬세하고 여린 두드림까지 마음껏 펼쳐 냈다. 6분 30초간 진행된 이 곡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과 마찬가지로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18세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김선욱이 리허설 전에 제의했다고 한다. 후배를 보는 김선욱의 흐뭇한 시선과 선배를 위해 악보를 넘겨 주는 임윤찬의 협업에 객석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홀로 앙코르 곡을 하나 더 하라는 김선욱의 제의로 임윤찬은 멘델스존 환상곡 작품 28의 서정성을 표현하며 박력 넘치는 연주를 다시 보여 줬다. 떠오르는 후배에게 힘을 실어 준 김선욱의 배려에 공연의 감동은 극대화됐다. 아무 말 없이 깍듯하게 90도로 꾸벅 절하는 특유의 인사법에 웃음이 가득하고 쾌활한 임윤찬의 무대는 행복에 빠진 청중의 진심 어린 박수로 마무리됐다.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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