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도 뻔하지도 않게… 무대에 스며들고 싶다”

“튀지도 뻔하지도 않게… 무대에 스며들고 싶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5-26 17:40
업데이트 2021-05-2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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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녕, 여름’에서 꽃중년 게이로 변신한 남명렬

연극 ‘안녕, 여름’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나선 ‘꽃중년’ 성소수자로 변신한 배우 남명렬. 그는 “어떤 배역, 어떤 무대든 함께 호흡하며 즐겁게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며 신선한 에너지를 얻는 요즘이 참 좋다고 말했다. 알앤디웍스 제공
연극 ‘안녕, 여름’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나선 ‘꽃중년’ 성소수자로 변신한 배우 남명렬. 그는 “어떤 배역, 어떤 무대든 함께 호흡하며 즐겁게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며 신선한 에너지를 얻는 요즘이 참 좋다고 말했다.
알앤디웍스 제공
설렘보다는 익숙함이 더 커져 서로에게 무던해진 결혼 6년차 태민과 여름 부부.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친숙함을 넘어 살짝 늘어지는 느낌이 들 때쯤 꽃무늬 옷을 입고 반짝이 핸드백을 든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순간 객석을 술렁이게 만드는 그는 배우 남명렬이다. 그동안 근엄한 역할로 대중을 만났던 그가 신선한 변신을 했다.

●전형과 변형 오가는 배우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안녕, 여름’은 일본 영화 ‘이번엔 애처가’를 원작으로 삼았다. 태민 부부가 만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곁에 있는 사람, 후회 없는 삶에 대한 질문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던진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남명렬은 “요즘 참 즐겁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맡은 조지는 가정을 일궜다가 뒤늦게 원하는 삶을 찾은 성소수자로, 저마다 아픔이 있는 인물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어른이다. 5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 이 작품에 새로 합류했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 연극에서 소개되는 성소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 탐탁지 않았어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성소수자를 뻔하지 않게 표현하고 싶다는 게 대본을 받아든 그의 첫 번째 다짐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 리딩을 한 뒤 금세 생각을 바꿨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매우 전형적인데 여기서 내가 예술한답시고 ‘게이는 그런 게 아니야’라고 평범한 아저씨처럼 연기하면 다른 캐릭터들과 톤이 안 맞는다”는 판단이 들었고, 곧 꽃무늬 재킷을 입고 과장스러운 말투를 장착했다.

송용진, 장지후, 박혜나, 이예은 등 주로 뮤지컬 무대에 섰던 젊은 배우들과의 호흡도 굳이 꼽으라면 고민이었다. “그동안 연극배우들과 고뇌하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혼자 튀지 않게 잘 녹아들 수 있을까 걱정됐다”는 것이다. 다만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는 텐션 높은 젊은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하니 덩달아 신이 나고 재미있다”며 오히려 조지에 맞게 흥을 한껏 끌어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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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녕, 여름’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나선 ‘꽃중년’ 성소수자로 변신한 배우 남명렬. 알앤디웍스 제공
연극 ‘안녕, 여름’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나선 ‘꽃중년’ 성소수자로 변신한 배우 남명렬.
알앤디웍스 제공
●“좋은 배역도 못하면 밑천 드러나”

물론 한참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사소한 걱정이 됐지만, 그만큼 그가 늘 무대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박자를 맞추기 위해 애쓰기 위한 고민은 끝이 없음을 잘 보여 준다. “나이 든 사람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에서도 무게가 느껴졌다. “아무리 매력적인 배역이더라도 내가 못하면 밑천만 드러나요. 그렇다고 늘 하는 종류만 연기하면 배우 생활이 피폐해지니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정신도 필요합니다. 잘 해낼 수 있는 노력이 끊임없어야죠.”

오는 30일까지는 LG아트센터에서 신유청 연출의 연극 ‘그을린 사랑’으로 특유의 중후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그는 “관객들이 엄숙함을 내려놓고 좀더 편하게 연극을 즐기며 함께 호흡하길 바란다”며 손을 내밀었다.

글 사진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5-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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