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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없으면 2주 연습 스톱… 또 통한 ‘괴물’

진심 없으면 2주 연습 스톱… 또 통한 ‘괴물’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1-09 17:26
업데이트 2022-01-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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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 4시즌 흥행시킨 연출가 왕용범

원작 3년 공부해 대본·가사 써
낯선 서사·발성… 혹평에도 인기
韓창작극 최초 日라이선스 공연
“내가 공감해야 관람객도 공감
배우들과 인생 이야기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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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처음을 떠올리자마자 왕용범 연출은 “욕을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미국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작품들이 주를 이루던 때 업계와 평단에선 ‘서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넘버가 너무 고음으로 돼 있다’ 등의 혹평이 있었다. 그러나 공감 가는 대본을 배우들이 진정성 있게 풀어낸 무대가 관객들에겐 큰 환영을 받았다.  시어터플러스 제공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처음을 떠올리자마자 왕용범 연출은 “욕을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미국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작품들이 주를 이루던 때 업계와 평단에선 ‘서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넘버가 너무 고음으로 돼 있다’ 등의 혹평이 있었다. 그러나 공감 가는 대본을 배우들이 진정성 있게 풀어낸 무대가 관객들에겐 큰 환영을 받았다.
시어터플러스 제공
“처음 태어났을 땐 울음소리도 크고 너무 달라서 무섭기도 했어요. 사람들은 ‘괴물 같다’고 했죠.”

공연이 꼭 사람과 같다면서 극작가 겸 연출가 왕용범(48)은 2014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을 이렇게 떠올렸다. 미국 브로드웨이 문법과는 어딘가 다른, 국내 창작진이 꾸민 대형 창작 뮤지컬은 당시엔 그 자체로 낯선 괴물같이 여겨졌다. ‘서사도, 음악도 다 이상하다’는 혹평이 업계와 평단에서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관객 반응은 조금 달랐다. 초연 이후 2015년, 2018년 시즌마다 흥행을 거듭했고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 일본에서 두 차례 라이선스 공연을 가졌다. ‘벤허’(2017·2019), ‘영웅본색’(2019) 등 존재감이 강렬한 창작 뮤지컬들도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왕 연출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정말 행복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영웅본색’이 조기 폐막한 뒤 약 2년간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다.
초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박은태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초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박은태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그리고 이 새삼스런 감사함을 다시 일깨워 준 작품이 바로 지난해 11월부터 네 번째 시즌을 성황리에 열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여전히 아웃사이더”라고 자처하는 그가 국내 뮤지컬 시장을 화들짝 놀라게 한 이단아 같은 작품이다.

“지금은 (작품이) 19~20세쯤 접어들어 매력을 한껏 보여 주는 것 같다”며 ‘프랑켄슈타인’을 소개한 왕 연출은 “저보고 ‘관객이 좋아하는 걸 잘 아는 연출가’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다만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캐릭터는 관객도 절대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학창 시절 매료됐던 메리 셸리의 소설을 작품화하기로 마음먹고 약 3년을 ‘공부’하는 데 썼다. 산더미처럼 각종 책과 논문을 쌓아 두고 그 시대로 빠져들어 인물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파고들며 대본과 가사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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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박은태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초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박은태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재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전동석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재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전동석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무대는 결국 배우들의 에너지로 채우는 거라 배우들의 마음을 끌어내는 게 저의 역할”이라는 그의 연출법도 핵심은 결국 ‘진심’이다. 구체적인 대사나 연기 방법을 지시하기보단 배우들이 대본 속 캐릭터에 진심으로 끌리기를 기다리고 돕는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 작품 외에 인생 이야기도 많이 하고 지금 배우가 가진 고민, 이번에 하고 싶은 것 등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단 “배우가 무대에서 거짓말하는 건 못 참는다”고.

이런 자유로움이 배우들에겐 어쩌면 훨씬 어렵고 깊은 작업이다. 게다가 화려한 고음이 가득한 넘버들을 부르며 매회 진심을 쏟아 내는 연기를 하는 것은 트리플 캐스팅의 주연 배우들조차 공연 기간엔 다른 걸 할 수 없을 정도로 온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재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전동석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재연부터 작품에 함께하며 흥행을 이끌어 온 전동석의 이번 시즌 공연 모습.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왕 연출은 배우가 작품에 너무 매몰됐거나 인이 박인 듯하면 과감히 연습에서 빼 마음을 새로 데울 수 있게 했다. 초·재연부터 ‘프랑켄슈타인’의 흥행을 이끈 주역 박은태·전동석도 이번 시즌 개막 전 1~2주씩 연습을 멈췄다.

남들과 다른 생각, 조금 낯선 무대는 밖에서는 물론 스스로도 늘 비주류로 여기게 하지만, 그는 “공연은 제 삶의 이유”라며 풀어낼 이야기가 아직도 너무 많다고 했다.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에 이어 ‘신(神) 3부작’을 꿈꿨던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한 창작 뮤지컬과 ‘한국판 디즈니’를 바란다는 ‘심청’, 오랜 인연의 배우 유준상과 약속한 ‘노인과 바다’, 바로 지금 서울의 모습을 다룬 무대 등이 또다시 낯설고 색다름을 안겨 주기 위해 대기 중이다.
허백윤 기자
2022-01-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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