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간적이다’ 펴낸 이야기꾼 성석제 인터뷰
성석제(50)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소설가’ 대신 ‘이야기꾼’이란 수식이 붙는다.소설가 성석제
이야기꾼 성석제가 다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신작 소설집 ‘인간적이다’(하늘연못 펴냄)는 ‘그곳에는’과 같은 형식으로 벌써 네 번째 내놓는 작품집이다.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는 “내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가 내놓는 이야기들은 작가의 외로운 각고 끝에 나오는 여타 소설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보다는 오히려 술자리에서 친구에게서 편히 듣고 웃어 제끼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을 “들은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전달하는 자”라고 표현한다.
그 말처럼 실제 작품의 소재는 벗들과의 대화나 길을 가다 주워 들은 이야기에서 많이 빌려 왔다. 그렇게 뭔가가 번뜩 머리를 때리면, 그는 어디든지 자리를 펴고 앉아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쓴다. 자리를 잡고 한 시간쯤이면 한 편 짧은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렇게 극히 짧은 소설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성 작가는 “기존 단편이나 장편 등 다른 ‘도구’들이 포착할 수 없는 섬광같이 짧은 순간들을 붙잡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단편소설 형식만 돼도 긴장이 풀려 늘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집에도 ‘짧은 분량 긴 울림’을 지향한 콩트 49편이 실렸다. 모두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그는 이번에는 웃음뿐 아니라 가슴 묵직해지는 ‘비애감’까지도 슬며시 끼워 넣었다. 웃음과 울음이 섞이는 삶이야말로 진짜 “인간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브레이크를 잡을 줄 몰라 오토바이를 타고 운동장을 빙빙 도는 신부님, 고집 때문에 야밤에 맨발로 설산을 오른 선후배 등, 작품 속에는 정 떨어질 정도로 완벽한 인물은 없다. 오직 그저 그런 장삼이사들을 통해 그는 ‘인간의 본질’을 짚어낸다.
앞으로의 작업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한 이런 형식의 글들을 계속 써 나갈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거룩한 말씀보다는, 냄새도 나고 소리도 나고 세부가 살아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고 짧은 소설에만 매몰될 작정은 아니다. 다음번 작품은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다. 각자 가족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아버지들의 격투를 다룬다고 한다.
글·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3-06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