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남극까지 갔더니…

공짜로 남극까지 갔더니…

입력 2011-07-02 00:00
업데이트 2011-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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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 미하엘 비게 지음/ 뜨인돌 펴냄

“2420번째 자동차가 지나갔다. 1분에 약 11대의 자동차가 지나갔고, 어림잡아 220분은 서 있었으니 모두 2420대가 맞다. 론리 플래닛 여행안내서는 독일을 히치하이킹에 우호적인 나라로 분류해 놓았던데, 아무래도 잘못된 정보인 것 같다. 투덜거리며 진입로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서 있는데, 드디어 빨간 밴이 내 앞에 멈춰 섰다.”

무모하다고 해야 할까,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할까. 늘 자신을 통제해 온 돈·시간과 ‘맞짱’을 뜨겠다며 무일푼으로 세상 끝까지 여행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미하엘 비게 지음, 유영미 옮김, 뜨인돌 펴냄)은 방송사 프리랜서 리포터로 활동하던 나이 서른셋의 독일인 저자가 무일푼으로 시도한 세계 여행 도전기다.

저자는 출발 전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50일 동안 3만 5000㎞에 이르는 길을 따라 4개 대륙, 10개 이상의 나라를 땡전 한 푼 없이 여행하고 세상의 끝 남극까지 밟을 것. 배낭의 무게를 최소화하고 1센트의 동전도 지참하지 않을 것. 순간순간 부닥치는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반드시 사람을 통해 해결할 것. 사람을 통해 해결하되 절대로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 등이다.

시쳇말로 ‘미하엘의 미친 짓’쯤 되겠다. 한데, 저자는 끝끝내 행장 꾸려 길바닥에 나선다. 저간의 어려움이야 능히 짐작된다. 두 번의 항해와 일곱 번의 비행, 스무 번의 히치하이킹 등을 통해 남극으로 가는 도중 그는 열네 가지의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1달러에 ‘인간 소파’ 노릇도 했고, 언덕길에서 등을 밀어 주는 힐 헬퍼(hill helper)도 해봤다.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선 무려 500여개의 상점과 카페 등을 전전했다. 리필용 컵을 주워다 점원 모르게 음료수를 리필하는 건 기본이다. 윈드 서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하와이 노스 쇼어에서는 서핑을 하는 척하며, 옷을 빨았다.

속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사실 저자는 신용카드 한 장을 꼭꼭 숨겨 갔다. 여행 중 그는 딱 세 번 신용카드의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이겨냈다. 그리고 마침내 남극에 발을 디뎠다.

거지 꼬락서니를 하고 남극까지 다녀온 저자는 뭘 얻었을까. ‘매의 시력’이다. “난 그동안 ‘30㎝ 앞의 모이만 쫓는 닭’이었다. 하지만 이제 닭과 ‘3㎞ 밖의 토끼와 들쥐를 볼 줄 아는 매’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게 됐다.”

퀴즈 하나. 남극에 도착한 저자는 뭘 했을까. 정답은 ‘10여분 만에 다시 배로 올라왔다.’이다. 오른쪽이 다 떨어져 나간 신발로는 발이 시려 오래 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1-07-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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