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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머니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

당신의 주머니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12-01-14 00:00
업데이트 201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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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마틴 린드스트롬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결제하면서 꺼내는 포인트 카드가 할인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비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데 좋은 수단이 된다면, 선뜻 적립할 마음이 생길까. 대체 아이들은 왜 ‘그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일까.

미국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은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마케터와 광고회사들이 교묘하게 활용하는 심리전술과 음모를 파헤치면서 소비자가 어떻게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는지 콕콕 짚어낸다.

포인트 카드부터 보자.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분류·종합하는 과정을 거쳐 물건을 사도록 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술의 핵심이다. ‘적립금을 유용하게 써야지.’라고 다짐하며 건넨 포인트카드로, 나의 소비 유형이 전송되고 다른 정보와 결합해 다시 소비를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대 반값까지 떨어지는 소셜커머스 쇼핑도 휘두르기는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적용되는 것은 이른바 ‘게임 이론’. 특정 시간에 사이트에 접속해 구매 미션을 달성하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게임으로 소비를 촉진한다.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건이 싸니까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마치 교복처럼 여겨지는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인기도 이해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동료압박’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집단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 편입하기 위해서, 또는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과 비슷해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옷을 입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아이들은 같은 브랜드 점퍼로 무장한다.

브랜드 집착이 유독 10대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자존감’ 때문으로도 해석한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는 10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해줄 도구로 브랜드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엄마들이 특정 상품에 열광하는 이유나 기업들이 인간의 공포심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스타 마케팅’에 속아넘어가는 과정 등을 드러내며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알고 지갑을 열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밝힌다.

독자들이 던질 법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질문에, 린드스트롬의 답은 썩 명쾌하지 않다. 다만 저자의 답은 ‘이런 마케팅 술수를 역으로 활용해 친환경 제품으로 환경살리기를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도다. 이 책은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왜 사는지(또는 사게 되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1-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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