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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여성멸시·여성의 자기혐오

남성의 여성멸시·여성의 자기혐오

입력 2012-04-28 00:00
업데이트 201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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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은행나무 펴냄

오페라 ‘나비 부인’이 그려낸 ‘마담 버터 플라이’에 대해 동양 남자들의 시각은 호의적일 수 없다. 일본 주재 미 해군 남성과 일본인 ‘현지처’ 간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철저히 서양 남자의 시각에서 본 오리엔탈리즘-혹은 동양 여성관(觀)-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하다. 인사명령을 받고 일본을 떠난 미군이 미국 여성과 다시 결혼하고, 보기 좋게 차인 ‘나비 부인’은 스스로 세상을 뜬다.

백인 남성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만하겠다. 스스로 몸을 내어준 뒤, 자신이 떠난 뒤에도 원한은커녕 연모의 정을 갖는 존재. ‘자신이 버린 여자’에 대한 죄책감마저 그녀가 보여준 사랑의 크기에 의해 정화되지 않는가!

어떤가. 동양의 남자로서 발끈하지 않는가. 여성연구에 관한 한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펴냄) 또한 “이런 (서양 남성을 위한)포르노를 보면서 박수갈채를 보내는 동양인 청중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배알이 뒤틀려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런데 눈을 돌려 보자. 이 땅에서 여성을 보는 남성의 시각은 어떤지. 백인 남성의 시각보다 한결 호의적인가.

책은 일상의 여러 단면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혐오적 장치들을 들춰낸다. 저자는 여성 혐오를 가리켜 여자를 성적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여성 멸시’라고 지적한다. 이 ‘여성 멸시’가 성별 이원제 젠더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원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들의 유무에 따라 서열이 달라지는 일본 왕실문화,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이름붙여진 태평양전쟁의 ‘위안부’ 등 일본 사회 도처에서 여성 혐오적 요소들을 끄집어낸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자신도 ‘여성 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은 보통 여자와 다르다며 무의식중에 ‘다수의 보통 여성들’을 깎아내리는 여성의 언행은 곧 ‘자기혐오’에 빠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처럼 책은 온통 기분 나쁜 내용들로 가득하다. 저자 스스로도 불편함을 느끼며 책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아무리 불편해도 눈을 돌려선 안 된다.”고 외친다. 그래선 안 되는 현실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인식, 공론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단 한 번의 생각, 이런 작은 것들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능성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만 4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2-04-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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