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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지 마, 마음대로 떠들어, 그게 민주주의야

합의하지 마, 마음대로 떠들어, 그게 민주주의야

입력 2012-07-07 00:00
업데이트 2012-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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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지 2.0】 아즈마 히로키 지음 현실문화 펴냄

‘일반의지 2.0’(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현실문화 펴냄)은 독특한 디지털 민주주의론이다. 1971년생인 저자는 가라타니 고진을 잇는 차세대 사상가로 꼽힌다. 그러나 게임이나 라이트노벨(애니메이션풍의 그림이 많은, 쉽고 가벼운 엔터테인먼트 소설) 같은 일본 하위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해서 ‘오타쿠 전문가’라는 별칭도 있다. 그만큼 고전, 걸작, 정전 위주의 상위문화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 반감은 디지털 세상과 친화성이 높은 측면이 있다.

책의 가장 큰 뼈대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숙의민주주의’ 개념을 비판하면서 장 자크 루소의 ‘일반의지’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숙의 민주주의 지지자는 약점 가운데 하나로 ‘숙의에 참가하는 비용’을 든다. 하지만 이 약점은 그중 하나로 치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이론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러니까 주요한 이슈에 대해 숙의하려면 너무 검토하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결국 숙의민주주의는 엘리트들이 결정하는 대로 믿고 따르라는 말밖에 되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때 다음 아고라를 두고 인터넷상의 공론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저자는 그 가능성을 부인하는 셈이다.

그러면 왜 루소의 일반의지인가. 루소의 1769년 저서 ‘사회계약론’의 한 대목에 주목한다. “만약 인민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져 숙고할 때, 시민들이 서로 어떠한 의사소통도 하지 않는다면, 작은 차이가 모여 그 결과 항상 일반의지가 생성되어 숙고가 항상 바른 것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구절을 두고 “일반의지는 집단 구성원이 하나의 의지에 동의해 가는, 즉 의견 차이가 사라지고 합의가 형성되는 것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다양한 의지가 서로 간의 차이를 내포한 채 공공의 장에 나타남으로써 순식간에 성립한다.”고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 서면 합의가 아니라 이견의 분출이,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 민주주의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다. 루소 시대에는 이견 노출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매체가 없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상에 존재한다. 해서 저자는 “모든 숙의를 인민의 무의식에 노출하라.”는 강령을 내세운다.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론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 많지만, 읽어 나가는 내내 현실 세계를 너무 매끈한 공간으로 여기는 낙관적인 태도가 영 거슬린다. 발랄한 논의 전개를 위해 거친 현실을 너무 많이 깎아내 버리다 보니 지나치게 사변적이라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7-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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