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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에게 딸이 없었다면 몽골제국도 없었다

칭기즈칸에게 딸이 없었다면 몽골제국도 없었다

입력 2012-09-01 00:00
업데이트 2012-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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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의 딸들, 제국을 경영하다】 잭 웨더포드 지음 책과함께 펴냄

몽골의 여러 부족을 통합하고, 철저히 능력 중심의 인사와 종교적 관용 정책을 편 인물. 보편적인 문자와 지폐를 유통시키면서 근대세계체제의 기반을 만든 인물. 바로 칭기즈 칸이다. 미국 매칼래스터대학 인류학과 교수인 잭 웨더포드는 2004년에 쓴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사계절 펴냄)에서 “유럽 문명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몽골제국의 창조물”이라고 주장하며 칭기즈 칸을 현대로 불러왔다.

이번에는 칭기즈 칸의 후예, 그중에 딸들에 집중했다. ‘칭기스 칸의 딸들, 제국을 경영하다’(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에서 불러낸 딸들은 칭기즈 칸의 영토 확장에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제국의 지배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인물들이다.

책은 성별과 신분을 구분하지 않고 능력을 인정하는 칭기즈 칸의 통치관을 상징할 만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칭기즈 칸의 어머니 후엘룬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늘 환대했던 터라 낯선 타타르인도 천막 안으로 맞아들였다. 이 타타르인이 칭기즈 칸의 막내 아들 톨루이의 심장에 칼을 꽂으려는 순간 소녀 알타니가 그를 제압하고 톨루이를 구해냈다. 사건 후 경비병들이 자신의 공적이라 내세웠지만 칭기즈 칸은 알타니를 진정한 영웅으로 밝히고 줄곧 칭송했다.

칭기즈 칸은 딸들에게도 제국 안에서 수행할 역할과 국가·정부의 개념, 부부의 평등 등을 강조하면서 책임감과 주체성을 심었다. 딸들은 결혼을 씨족 지배자가 되기 위한 동맹으로 인식했다. 알라카이의 결혼은 영토 확장의 시작이다. 칭기즈 칸이 “조력자이자 발 빠른 말이 돼야 한다.”면서 키운 알라카이는 고비사막 너머 중국 옹구드족 통치자와 결혼했다. 이후 이 지역은 몽골이 중국의 여러 왕국을 정복하는 병참기지가 됐다. 딸 알-알툰은 결혼 후 위구르 왕국을 지배하며 몽골이 실크로드를 장악하는 열쇠가 됐다.

그러나 무능한 아들들은 칭기즈 칸의 사후 누이들을 숙청하고 영토를 빼앗았다. 딸들의 빈자리를 며느리들이 채웠지만,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옹립하기 위한 복수극을 일삼았다.

쇠락해진 몽골 제국에 영웅으로 등장한 인물이 만두하이 왕비다. 만두하이는 후대에 “칭기즈 칸의 현생”이라고 불리면서 몽골의 영광을 재현했다.

누이들을 시샘한 아들들이 몽골역사서 ‘몽골비사’에서 위대한 딸들의 이야기를 없애면서 딸들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저자는 칭기즈 칸의 연구를 위해 머물던 몽골 아바르가에서 만두하이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비사’에서 생략된 이름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역사적 사실을 밝혀냈다. “칭기즈 칸에게 딸들이 없었다면 몽골 제국 역시 없었을 것이다.”

칭기즈 칸의 딸들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특히 아버지의 후광으로 영광을 누리는 대신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벗고 현실에 맞는 통치방식으로 백성을 지켜낸 강인함과 주체성, 지혜는 여성의 정치력이 부각되는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9-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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