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 ‘이상평전’ 낸 김민수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이상평전’ 낸 김민수 교수

입력 2012-12-15 00:00
업데이트 2012-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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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이상, 문학의 틀 속 정형화된 ‘신화’ 넘어 미술·건축·디자인적 예술성 들추다

“이상의 ‘종생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나의 종생(終生)은 끝났으되 종생기(終生記)는 끝나지 않는다. 왜?’ 이상은 1910년 음력 8월 20일 경성에서 태어나 1937년 4월 17일 바다 건너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짧은 생애를 마감했지요. 그의 죽음은 확정된 사실이지만 그의 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여전히 관심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이상연구’라는 독보적인 공간에서 천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상은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이다. 기하학 용어들과 기호들이 난무하는 그의 난해한 작품들, 수많은 일화를 남긴 27년의 짧은 생애와 이국에서의 요절은 그가 사망한 지 7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연구와 관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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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동시에 이상에 대한 정형화된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난해한 탓에 자의적 해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심한 경우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열린 텍스트’로 간주하여 해석이 방치됐다. 그의 생애 역시 여성편력의 화신, 퇴폐주의의 전형, 식민지 수도 경성을 거니는 권태로운 산책자와 같이, ‘식민지’라는 시대적 현실과 유리된 ‘박제된’ 지식인의 모습으로 단편적으로 이해됐다.

●기하학 용어 등 난해한 작품… 자의적 해석 난무

신간 ‘이상평전’(그린비 펴냄)은 지난 20년간 이상 작품이 지닌 융합예술적인 측면과 혁명성을 연구해 온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김민수(51) 교수가 이상에 대한 이러한 ‘신화’들과 대결하는 한편으로 그동안 연구를 집대성하여 이상의 삶과 작품을 재구성하고 새롭게 해석한, 이상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그동안 이상을 보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상 글쓰기는 문학과 시각예술 사이의 매체적 접점 영역에서 발생한 내밀한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역설한다. 그런데 문학적 자폐로 작품을 닫아 놓고 고립시키고 말았다. 이에 대한 반증이 이번에 내놓은 책이다. 이상 작품이 화가이자 건축가, 삽화 및 활자 디자이너로서 그의 다중 매체적 지식과 시각적 감각이 어떻게 글쓰기와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할 때 그 의미가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성장과정 등 재구성… 융합예술가 면모 분석

저자는 이상이 나고 자란 서울 서촌 일대의 장소성, 이상이 자라면서 겪었을 경복궁 일대 도시경관의 변화 등을 꼼꼼히 재구성하고, 이런 성장과정에서 경험들이 이후 작품들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또한, 경성공고 시절 이상이 당대 세계적인 최첨단 예술사조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추적하면서 그동안 근대 도시의 단순 소비자로 피상적으로 이해됐던 이상이 아니라, 최첨단 건축이론을 익히고 근대도시를 설계하는 교육을 받은 도시 생산자로서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동안 문학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던 이상 작품들을 미술, 건축, 디자인까지를 포괄하는 ‘융합예술’ 측면에서 살폈다.

또 제대로 해석되지 못했던 이상 초기 실험시들을 새롭게 해석해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모조 근대’ 살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이상 연구에서 해석된 시 중에 ‘또팔씨의 출발’(且8氏의 出發)은 완전히 왜곡됐습니다. 독해과정에서 이 시의 숨은 뜻이 파악되면서 전율했습니다. 이 시를 통해 비로소 이상 삶이 실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저자의 열정이 돋보이는 책이다.

글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12-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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