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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면 행복해져요”

“더불어 살아가면 행복해져요”

입력 2013-04-06 00:00
업데이트 201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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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이는 나보다 용감했다/김경희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한 달 전 새 학기에 맞춰 시골도시로 전학 온 열한 살 소년 태기.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열여섯 살 형이 늘 부담스럽다. 형은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뒤 다섯 살 아이처럼 변해버렸다. 공도 잘 차고, 자전거도 잘 타던 형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리에 힘이 없어 걷다가 곧잘 넘어진다. 말도 짧게 한다.

친구의 생일날, 형은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태기를 어김없이 따라나선다. 뿌리치자니 엄마한테 혼나는 게 무섭고, 데리고 가자니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 봐 겁이 난다.

고민하던 태기는 공원 의자에 형을 앉혀 놓고 형의 주머니에 집 전화번호를 적어둔 종이를 살그머니 넣어뒀다. 신나는 생일파티. 하지만, 태기는 음식이 목에 걸린다. 형이 생각나 초코파이 하나를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러나 사건은 터지고 만다. 공원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태기의 친구들과 부딪친 형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친구들의 놀림도 잠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형은 큰 손으로 차디찬 태기의 손을 감싸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태기는 옛날 생각이 난다. 자전거를 타고 손이 시리다고 칭얼대면 늘 두 손을 주머니에 넣어주던 마음씨 따뜻한 형…. 태기는 진짜 형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형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오랜 시간 교단에 서 왔던 작가 김경희가 단편동화집을 냈다. ‘동진이는 나보다 용감했다’(문학과지성사 펴냄)는 부족함 없는 시대, 속도가 경쟁력이 되어 버린 시대에 더 소중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와 능력만이 중시되는 듯한 요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야말로 진정 소중한 것이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다섯 편의 동화는 가족과 친구와 더불어 살 때 내 안의 고민과 걱정이 어느새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마음의 빗장을 열 때 비로소 성장하는 아이들. 엄마 아빠가 이혼해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조손 가정의 형제(‘소금밭 아이들’), 게임에 빠져 얼떨결에 편의점 자판기의 동전을 훔친 뒤 도둑이 되어 버린 아이(‘동진이는 나보다 용감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친하게 지내는 도자기 공방의 아저씨가 괜히 미운 아이(‘일로야!’), 실직한 아빠가 어렵사리 구한 직업이 하필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에 마음 졸이는 아이(‘꽃등에 아빠’)…. 전미화 화백의 담백하면서도 살가운 그림이 이야기에 친근감을 더한다.

작가는 “아무리 힘들어도 더불어 살아간다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85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4-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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