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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은 어떻게 사회·문화적 지배력을 키워 왔나

가십은 어떻게 사회·문화적 지배력을 키워 왔나

입력 2013-04-06 00:00
업데이트 201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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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초콜릿/조지프 엡스타인 지음, 함께읽는책 펴냄

“릴리 봄가트너의 뚱뚱한 몸집과 검은색 앞머리, 남자의 수염 자국 같은 코 밑이 올리버 하디(미국 희극배우)와 닮았다고 학생들이 ‘올리’라 불렀던 거 알아요?”

“에릭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내가 릴리 바로 옆에 앉았는데, 고통스러울 정도로 지겨웠어요. 내가 상상력이 없는 사람이 아닌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여자와 동침하는 것은 상상이 안 되더군요.’ 릴리와 동침하게 되면 어쩌나 두려워하는 거 같았죠.”

같은 대학에서 일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가십 스튜를 끓여낸다. 학자들의 과장된 허세부터 누가 자살을 시도했는지, 레즈비언과 동거하는 이는 누구인지 등등 다양한 재료를 넣었다. 단 두 사람의 대화인데 재료는 차고 넘쳐 1시간 30분 정도는 후딱 지나간다.

가십은 교묘하고 장난스러운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거나, 하릴없이 시간을 때워야 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 정도로 여겨진다.

문학지 편집장이자 인기 칼럼니스트 조지프 엡스타인은 가십을 이렇게 하찮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2011년에 출간한 ‘가십’(Gossip: The Untrivial Pursuit)에서 “아무리 나쁜 냄새를 풍기더라도 가십은 지속된다. 꾸준히 커지고 더 멀리 영향을 끼친다. 왜 가십은 사라지지 않으며 어떻게 지난 수십년간 그 지배력을 확대해 왔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가십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현상을 들춘다. 신간 ‘성난 초콜릿’(박인용 옮김, 함께읽는책 펴냄)은 그 책의 번역본이다.

루머가 실체가 없는 추측 단계에 놓인 것이라면, 가십은 세심하게 선별된 특정 인물을 거론하고 구체적이다. 가십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속닥이는’ 사적 영역을 벗어나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타고 공적 영역으로 옮겨갔다.

때로는 매우 사실처럼 보여 정치와 언론까지 침투하고 진실로 여겨지기에 이른다. 중요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가십으로 덮이기도 하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생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긍정적 측면도 있다. 가십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현재 진행형인 일에 대해 더 확실하게 지각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가십을 주고받으면서 상대가 얼마나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지 깨닫는다.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전, 역사, 언론매체 등을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며 가십의 본질과 의미를 흥미롭게 전한다. 1만 5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4-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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